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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Feb 24. 2023

순풍산부인과의 애환

출처: 나무위키

순풍산부인과는 1998년 저녁 9시 때에 방영하던 시트콤이다. 그 당시 난 중학생이어서 이 시간만을 기다리 고 있었는데, 가족과 함께 웃고 떠드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 가면 박영규의 성대모사가 유행할 정도로 당시에는 큰 웃음을 선사했던 작품이다. 그런데  2년 전쯤 너트뷰에 순풍산부인과의 영상에는 사위인 박영규의 삶에 서글픈 마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철없던 중학교 시절에는 박영규의 삶이 그저 실없는 동네 웃긴 아저씨의 한 장면에 불과했다. 극 중 박영규의 삶은 개그맨이 따라 할 만큼 인기를 얻었던 재미있는 캐릭터일 뿐이었다. 지난 시간을 되돌이켜보면 2,30대의 삶은 나의 재미와 안위, 성공을 위해 달려온 시간이었고, 내게 실패란 없을 것만 같았다. 그저 내 삶에는 성공과 행복 그리고 기쁨만이 존재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20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순풍산부인과를 다시 보니, 그 이면에는 삶의 애환이 담겨 있음을 느꼈다.

20년 동안 시트콤은 변한 것 하나 없이 웃음과 재미를 가져다주었지만, 내 삶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기쁜 것도 있었지만, 슬픈 것도 있었고, 기쁜 것이라면 다양한 체험들을 했던 것이었지만, 슬픈 것이라면 끝까지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뿐이었다.


순풍산부인과는 1997년 당시 IMF의 위기를 맞았던 사회 분위기와 삶의 어려움을 희화화시켜 웃음과 감동을 주었던 작품이다. 그 당시의 우리네 부모님의 고단했던 삶이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러하셨으리 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철없던 시절의 난 재미로만 여겼었을 뿐, 그 이면에는 삶의 애환이 담긴 작품이라는 것을 20년 뒤에 알아챘으니 말이다.


순풍산부인과는 당시의 고단했던 삶에 웃음과 희망을 주었다. 2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 작품은 나에게 웃음과 재미를 안겨다 주었지만, 철없던 나를 반성하게 만들어주게 된 작품이었다. 극 중 박영규의 삶이 애처로웠던 것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어려움의 상황을 그려서 더 눈물샘을 자극했는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삶에는 누구나 우여곡절이 있고, 그 시기를 꿋꿋이 이겨내다 보면 밝은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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