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훈 Mar 01. 2023

마스크 해제 이후 오지 않은 봄

Unsplash의 Biegun Wschodni

이제 3월이다. 요 근래 새순이 돋더니만 산수유가 노란 꽃을 피우기 위해 기지개를 피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코로나 이후로는 사람들의 활동적인 모습이 적어서 봄이 와도 감이 오질 않는다. 근래에는 마스크 해제가 되어서 그런지 이른 봄이 오는 것 만같다. 그러나 아직 봄을 만끽하기에는 이른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 이전과 스마트폰이 발달하기 전에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자연스러웠다. 엘리베이터에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층을 대신 누르거나 이웃 간의 안부정도는 묻는 것이 예의였다. 복도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거나 가게에 들러서 이웃에게 인사를 건넸다. 봄이 오면 안부를 묻기도 하고 여행을 가기도 했다. 


마스크 해제가 되니 아무래도 그동안 가장 답답했을 여성들이 먼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제는 상가 앞에 30-4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대화를 한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을 잊은 채 큰소리로 아이들을 향해서 말을 한다. 또, 마트 안에서도 그쯤 돼 보이는 여성이 자녀에게 이런저런 말을 소란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이다.


그러나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은 대화를 하는 사람들을 멀찌감치 바라보거나, 자신의 일을 보기 위해 재빨리 움직인다. 그것은 어쩌면 일상이 회복되기까지는 지난 시간만큼 더 걸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이웃 간의 자연스러운 대화도 아직 어색한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상에서의 작은 대화가 매우 크게 들린다. 상대방은 겨울 내내 움츠렸던 어깨를 기지개 켜듯이 말을 이어가지만, 아직 그 모습이 낯설고 어색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편하게 말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3년간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거리 두기와 일상의 변화들이 생겼기 때문일지 모른다. 마스크 해제 이후 이른 봄의 축제가 어색한 일일 뿐이다.


겨울 내내 움츠려 있던 나무들은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단지 꽃만 보았을 때는 꽃의 아름다운 색만이 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 꽃을 피우기 위해서 지금도 수많은 나무들이 고통 속에 있다는 것이다. 꽃이나 열매는 우연히 열리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의 시간, 노력, 환경, 영양분 등의 조건을 갖추고 생명력이 있을 때만이 비로소 완연한 봄의 시기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순풍산부인과의 애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