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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Mar 14. 2023

무식하면 용감하다

Unsplash의 Matteo Catanese

아무것도 모를 때가 있다. 지금도 아는 것이 별로 없지만, 학창 시절에는 막연한 이상만 있었을 뿐, 현실적인 노력을 하지 못했다. 그냥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열망은 없었지만, 막상 하면 열심히는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모른 면 일단 부딪혀보자는 생각이 있다. 이를테면, 학창 시절 별 다른 특별한 꿈이 없었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막상 대학진학을 앞둔 시점에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그때에는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없었을뿐더러, 꿈과 목표 설정, 계획, 실천의 단계가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현실적인 노력이 뒷받침이 안되었다.


그때의 고민은 우물 안의 개구리인 상태일 뿐이다. 아는 것이 없으니 앞을 내다볼 혜안이 부족했다. 친한 친구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물어보면, 그 친구도 답을 알려줄 수 없었다. 나의 길은 나만이 개척해서 나가는 것일 뿐이다. 그래도 물어보는 것은 잘해서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다.


주변 사람의 혜안으로 길을 찾았으니 앞만 보고 달려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나 스스로의 혜안을 갖고 살아간 것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앞이 보이지 않았다. 결승선을 위해 달려가는 경주마처럼 달렸다. 어렵게 대학의 문턱을 밟았다.


이상은 높았지만, 현실의 성적은 미비한 수준이었다. 어렵게 서울권의 대학에 진학하여, 이 길이 전부인 것이라고 여겼다. 고민은 대학 가면 끝날 것만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대학원을 진학할 것인지, 혹 취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여러 갈래 길이 있었다. 그때마다 저돌적으로 교수나 선배에게 달려가서 물어보기도 했다. 그들은 당혹스러웠겠지만, 가장 좋은 답은 그 자리에서 답을 내려줄 수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 덕분에 교수의 연구실에서 잠시 인턴생활도 해봤다. 그러나 나의 길은 아니었다.


취업도 그랬다. 모르니깐 찾아봤고,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렵사리 재활병원에서도 근무를 했다. 막상 문턱에는 올라섰으나,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있었다. 사실 앞을 내다보며 산을 천천히 등반을 해야 하는데, 그런 혜안은 없었다.


여러 산을 걸치면서 살아왔고, 또 살아간다. 이 산이 어떤 산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오르려는 용감함 때문에 산을 올라갔지만, 금세 하산했다. 준비가 안 돼있었다. 난 산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답답하면 산에 올라간다. 그런데 이 산이 어떤 산이지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또, 그날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오를 수 없는 것이 산이다.


인생의 여정도 그러한 듯싶다. 아직 인생을 논할 나이는 아니지만, 또 인생을 논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이기도 하다. 무식해서 용감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때론 용감하기도 해야 하지만, 길을 가기 위에서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산 앞에 겸손하듯, 인생을 살아가면서 겸손함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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