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였다. 날씨가 급변하여 선선한 바람도 강한 바람으로 불어 대더니, 이내 비가 내린다. 삶이 그렇다.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변하면 어찌할 줄 모른다. 살아가다 보면 내 마음 처럼 되지 않는 것이 많다. 어른들은 자식 농사가 내 마음과 같지 않다 하던데, 난 자식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감정이 요동쳤다. 연애나 일이나, 공부나 처음 시작은 환상의 나라를 펼치면서 분위기가 좋게 흘러가지만, 끝까지 하지를 못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난 계획형이 아니다. 감정형이라 그런지 내 마음이 움직이면 빠른 행동을 갖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끝까지 오래 하지를 못했다.
무언가 끝까지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끝을 보려면, 시작점이 있어야 하고, 마침점이 있어야 하는데, 시작과 끝 안에는 목표와 계획이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어떠한 변수가 와도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다. 설령, 변수가 오더라도 계획을 수정하여 가면 되는 것이다.
저마다의 인생이 있다. 친한 친구 D는 연구원인데, 공부든 게임이든 인간관계든 한 가지를 하면 꾸준히 오래 한다. 그 친구는 지금까지 늘 변함없다. 학창 시절에는 그 친구와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대부분 이성과 감성이 맞부딪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만나면 싸우긴 한다.
최근 만났을 때, 이런 얘기를 했었다.
"우린 늘 만나면 싸우는데, 왜 아직도 만나는 걸까"
"나도 몰라"
30년 가까이 되는 친구이지만, 언제 연락해도 변함이 없어서 좋다. 변덕스러운 것은 나니깐. 지금 생각해 보면, 친구 D의 한결같은 모습이 좋다. 작년이었던 것 같다. D는 결혼해서 수원에 살지만, 본가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우리는 햄버거가게 2층에서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D는 내게 "공부할 생각 없니"
난 "아니 없어."
난 "넌 근데 어떻게 그렇게 한 길만 쭉 가냐"
D는 "난 그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 근데 내 친구는 할 줄 아는 게 많아"
그렇다. 인생길에 올라가면서, D는 한 길만을 갔고, 난 여러 길을 갔다. 처음부터 D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알았을 뿐이고, 그 길을 간 것뿐이다.
난 잘 모르고 갔지만, 인생의 길에 여러 길을 가보며 나를 발견한 것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것은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그 길에 친구도 있을 것이고, 동반자도 있을 것이며, 여러 사람을 만나 지나가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