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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Nov 03. 2022

가을에 편지를 써야 하는 이유

가을, 외로움, 풍요로움, 아름다움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와는 가끔 시간을 내서 술 한잔씩 하곤 한다. 그 친구는 말 수가 없는 친구다. 그런데 두 달 전쯤, 그 친구의 아버지가 코로나 증상으로 인해 건강이 안 좋으시다는 말만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입에서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는 친구의 아버지는 며칠 전 말없이 세상을 떠나셨다. 친구의 아버지 빈소를 다녀오고, 장례 일정을 따라 그 아픔을 함께 나눴다. 


그 이후, 그 친구를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친구는 아버지의 유품들과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전했다. 친구의 아버지는 이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 아버지의 옷가지나 법적으로 처리할 것들이 남았나 보다. 그 친구의 아버지의 장례와 그 후 절차들을 보며, 20여 년 전 나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가족들이 힘들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런지 그 친구의 아버지가 꼭 내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아버지와의 이별은 쉽지 않았다. 이제야 남아 있는 아버지의 몇몇 유품과 함께 그간의 아픔들을 정리한다.  사람이 존재할 때는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이 많다. 떠나고 나서는 그 흔적들은 빠르게 사라진다. 그런 것을 보면 참 인생이라는 것이 별거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나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아버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남기고 간 추억들 말이다. 그것이 좋든 싫든 간에 말이다. 그것을 정리하고 가다듬는 대까지 시간이 꽤나 흘렀다. 이제는 아버지의 나이가 돼서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 남아 알아가게 된다.     

  

가을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하다. 그러나 한 해를 걸어온 길을 생각해보면 내게도 많은 열매가  맺어지는 결실이기도 하다. 그 결실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여전히 내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내가 힘들 때나 기쁠 때 나와 함께 해준 고마운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존재들이 있어서 함께 울고 웃는다. 그러니 나는 기쁘고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친구의 아버지는 이 세상을 떠나가셨지만, 그에 존재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만 같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싶다. 영원한 것이 없기에 사람은 살아가는 내내 좋은 추억을 쌓고 살아가고 싶어 하는 것 아닐까 싶다. 내 주변 사람들하고 말이다. 오늘은 유독 가을 하늘이 맑다. 공기는 차갑지만, 마음만은 따뜻하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찾아온다. 인생은 쓰다만 편지와도 같은 노래 가사말이 떠오른다. 가을에 그동안 마음을 전하지 못한 이에게 정성스레 편지 한 통, 메시지 보내기에 좋은 계절이 아닌가 싶다.  나도 보내봐야겠다.     


대표사진: 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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