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학 동기를 만났다. 이 친구는 나에게 늘 급 연락을 해서 어느 날은 여행을 가자며 하고, 어느 날은 밥을 먹었냐며 하고, 어느 날은 동기를 만날 거니 나오라고 한다. 어제는 급 연락이 와서 혼밥을 하기 싫다며 물회를 먹자며 묻는다. 나는 입 밖으로 물회라...라는 말만 했다.
밖에 나갔다 온 지 얼마 안 돼서 좀 피곤하긴 했어도 때마침 저녁식사도 하지 않았던 터라 배가 고팠다. 그래서 일단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 음료수를 한 잔 마시고 나갔다. 어디냐고 묻자 20분 뒤면 도착한다고 했다. 밥을 안 먹어서 그런지 답장도 "10분 8시" 이렇게 적었다. 쓰기도 귀찮은 모양이라 그런지 허기 가진 모양이군 생각했다.
나는 5분 정도 미리 도착해서 늘 만나는 장소에서 보자고 해서 지하철 역 앞에서 기다렸다. 마침 전화 한 통화가 울렸다. 어디냐며 묻자 자신이 버스를 탔는데, 횟집 아는 곳 있냐며 계속 되물어서 잘 모르겠다 했다. 그래서 어디냐며 묻자 다이소 앞이라고 해서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다며 내가 보인다고 했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넌 눈도 좋다며 말하자, 아 저기 있구나 하며 손을 흔들었다.
친구는 오늘 주말인데도 하루 종일 일만 하고 밥 한 끼를 안 먹었다며 정신이 없다 했다. 나도 배가 고프다며 일단 밥을 먹자고 했다. 사실 나는 물회 생각이 없었는데, 친구는 늘 만나면 자신이 돈을 내고 사니 여기까지 오기도 했고 그래서 가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와본 횟집이라며 소개를 했다. 나는 동네에 살면서 와본 적도 없는데 하며 들어갔다.
3만 원짜리 광어물회와 맥주 한 병을 시켰다. 광어물회는 큰 그릇에 한가득 배와 각종야채, 얼음, 회가 들어가 있었다. 서로 그릇에 한가득 담아주며 어서 먹으라며 식사를 했다. 이 친구는 한 끼도 안 먹어서 그런지 거의 10분 만에 물회를 다 먹었다. 나는 한 그릇 정도 비우고 나서 너 많이 먹으라 했다. 친구는 속이 든든한지 웃음 지으며 잘 먹었다며, 난 그 친구 얼굴을 보며 "이제 밥을 먹으니 웃음이 나는구나. 나도 덕분에 잘 먹었다"며 전했다.
그 친구는 에이 형이 배려해 줬고 제가 혼밥 하기가 그래서 이렇게 형을 불러냈다며 2차로 치킨에 맥주 어떻냐며 말했다. 난 알았다며 지난번에 갔던 맞은편 치킨집으로 갔다. 사장님은 사람이 많은 자리를 권하셨지만 우리는 밖에 테이블에 앉았다. 시원한 생맥주 한 모금을 마시며 소주를 탔다. 그러면서 근황토크를 하며 며칠 전 본 영화 얘기를 했다. 최근 얘기부터 지난 몇 년간의 시간에서 느꼈던 살아가는 얘기였다. 사는 것이 지치고 힘에 부칠 때 세상이 각박하다고 느낄 때, 친구를 통해서 시간을 보냈다.
그 친구는 형이 잘됐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사는 얘기는 그냥 평범하다며 했다. 나도 네가 잘 되기를 바란다며 우린 지금처럼 그냥 지내면 되는 거라며 서로를 응원했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메로나 하나를 사서 먹으며 말했다.
이게 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