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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Aug 15. 2023

용돈 잘 주는 누나가 있었으면 좋겠다.

feat.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초등학교 시절 누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 어머니는 내게 용돈 5천 원을 주셨다. 개인적으로는 조립식 자동차, 야구공, 팽이, 요요, 비비탄 권총 등을 사서 놀아야 했다. 초등학교 남학생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을 법한 것들이었다.


어린 나이에 용돈 5천 원은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 어머니에게 말씀을 드려 용돈 인상을 협상하였다. 조립식 자동차를 사면 머리에 좋아지니 성적이 오를 것 같다며 설득했고, 어머니는 공부 소리에 조금 흔들리셨지만 천 원을 내주며 알아서 하라 했다. 나는 천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조건을 더 달았다. 집안 청소를 하겠다 했다.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았지만, 돈이 모이질 않자 아버지에게 달려가 흰머리를 뽑아 하나에 10원씩 뽑기시작해 용돈을 벌어야만 했다. 아버지에게 10원은 너무 하니 100원은 안 되겠냐며 말씀드렸지만, 아버지는 100원은 너무하다며 10원으로 설정하셨다.


아버지흰머리를 뽑기 전 당부 말씀을 하셨다. 흰머리 하나에 10원씩이니 너무 많이 뽑으면 대머리가 되니, 10개씩만 뽑아라 하셨다. 난 100원으로 어느 세월에 5000원짜리 조립식 자동차를 사지 하며 안타까워했다. 수업마치고 나면 금성문구 뽑기를 하러 갔다. 100원짜리로 친구들과 기계를 돌 구슬이 나오면, 그 안에 물건이 담겨 있거나 교환권 같은 게 있었다. 운이 좋으면 원하는 물건이 나왔지만, 대부분원치 않는 열쇠고리나 인형이었다. 금성문구 대머리 아저씨는 언젠가 실망한 기색이 드러난 나를 바라보시며 웃으셨다. 아저씨는 그렇게 자동차가 갖고 싶으면 용돈 모아서 오면 되지 뭘 그러냐며 하셨다. 난 사고는 싶은데 돈이 부족하다며 다음에 다시 오겠다 했다. 아저씨는 해맑은 미소로 뭔가 알고 있다는 듯이  웃으셨다.


어느 날은 금성문구에 친구들이 몰려 있었다. 뭔 일인가 싶어 친구들 사이를 비집고 뭐냐 하며 봤더니 돈 먹기 게임이었다. 당시 돈 100원을 넣으면 룰렛처럼 전자기계 화살표가 돌아가 멈추는데, 대두분 꽝이 대다수이고 천 원이 나올 때도 있었고 이천 원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동전바닥에 떨어질 때 친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금성문구 대머리 아저씨는 인상이 굳어지시며 얼른 집에 가라며 돌아서셨다.  이것도 아닌 것 같아 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내가 원하는 조립식 자동차 하나를 사기 위해 돈을 모아서 결국 원하는 것을 샀다.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서는 부모님에게 용돈 알바 및 요행을 바라며 뽑기를 했어야 했지만, 돈을 받는다는 것은 다 대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조립식 자동차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누나가 있었으면 좋겠다. 누나가 있으면 특히 용돈을 잘 주는 누나가 있었으면 했다. 언제가 어머니 친구분이 오셔서 내게 그랬다. 넌 혼자 있으니 동생이 있으면 참 좋겠다. 어머니도 그러고 물어보시면 난 누나가 좋다고 다. 난 외동아들로 12년간을 보냈다. 아무래도 혼자 지내다 보니 누나나 형이 있으면 좋겠다 했는데, 중학교 시절부터 형 있는 친구들은 형보단 누나가 좋다며 말했다. 왜냐 했더니 형은 매일 싸운다며 살아보면 안다 했다. 난 그 후로도 누나가 있었으면 좋겠다 했지만, 이미 어머니 배속에서 먼저 태어났기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봤다. 손예진의 주연으로 친구의 동생만나 연애하는 로맨스이다. 극에서 남자 주인공 정해인은 친구의 누나지만 자연스레 어울리면서 친해지는 계기가 된다. 손예진은 동생에게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기도 하고, 정해인은 누나의 보디가드나 해결사 역할을 한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누나 없이 태어난 나로서는 이미 성장다. 초등학교 시절 철없던 장난감을 갖고 싶은 마음에 누나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인생에 요행은 없다. 그냥 지금 내 자리에서 하고 있는 것을 충실히 행하고 살아가는 것이 최선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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