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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Aug 12. 2023

맞아! 이게 사는 거지.(feat. 오토라는 남자)

나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성격상 내성적이어서 혼자 속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대학시절부터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대학생활, 직장, 친구 사이에서 재밌고 밝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부정적인 면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그 어딘가에서 내 자아와 충돌하고 지치기를 반복하면서 휴식기를 보냈다. 막상 휴식기를 맞다 보니 내 명랑하고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한 모습이 온데간데없었다. 나라는 사람이 사회에 동떨어진 상태로 갑작스러운 휴식을 보냈기 때문에 그랬을지 모른다. 어느 순간 나는 매우 냉소적이고 부정적이었으며 사회에서 은퇴한 노년의 삶을 살고 있었다. 사람을 만나기도, 밖에 나가는 것도 싫었다. 밖에 나가면 무질서한 환경이 싫었고, 새로움을 잊어버린 늙은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다. 


<오토라는 남자> 영화는 오토는 까칠한 할아버지 선생이다. 은퇴한 그는 몇 개월 전 부인을 떠나보냈다. 그는 젊은 시절 부인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그녀를 사랑하고 고백하며 결혼하는 순간을 기억했다. 부인 소냐가 아이를 임신하고 사고를 겪으며 기적처럼 살아나 그의 삶에 빛처럼 그를 비춰주었다. 그런 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그는 삭막한 삶을 살고 있었다. 오토는 집 앞마당에 눈이 오면 쓸고, 길바닥에 놓인 전단지를 주워 분리수거가 돼있지 않아 불만불평을 늘어놓았다. 분리수거장 앞에 놓인 자전거를 보며 제자리에 갖다 놓고 흐트러진 꼴을 참지 못다. 부동산중개인 자동차가 들어오거나 나가면 왜 규칙을 지치지 않느냐며 호통을 다.


어느 날 새로 이사 온 멕시코인 마리솔 여자와 남편, 아이 둘이 이사를 왔다. 마리솔의 남편은 주차를 잘 못하자 그 모습을 본 오토는 주차도 제대로 못하냐며 소리를 지르고 자신이 주차 다. 오토는 살가운 마리솔과 친해지는 계기를 갖게 된다. 임신한 마리솔에게 운전을 가르쳐 주며 그녀를 보호하는 오토,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부인과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오토는 죽음을 자처한다. 삶의 의미가 없어질 때마다 죽음을 시도하지만 죽음은커녕 삶의 의미를 되찾는 계기가 된다. 마리솔은 오토에게 자신의 두 딸을 돌봐달라며 부탁한다. 그는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이 어색했지만, 돌봐주며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오토는 점점 차가워졌던 마음이 녹아들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보면서 그는 손녀를 보듯이 흐뭇해다. 이웃에게 다가가면서  고립되고 외로웠던 그의 모습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의 집에는 아이들과 찍은 사진, 아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방 안을 채운다.


오토는 아침에 일어나면 순찰을 돈다. 집 앞 눈을 쓸고, 전단지를 뿌리는 청년에게 혼을 내거나 청소를 한다. 그날도 청년은 전단지를 뿌렸다. 그러나 오토는 청년에게 다가가 이름을 묻는다. 그 청년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서 오토의 부인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제자라 소개다. 오토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깨닫게 된다. 그동안 자신의 슬픔에만 갇혀 이웃에 대한 관심 가질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어느 날, 청년은 오토에게 찾아와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다. 오토는 여기가 호텔이냐며 말했지만, 허락한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부인을 생각하면서 잠에서 깼다. 그는 어김없이 순찰을 가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는데, 청년은 커피와 란 프라이를 하고 있었다. 오토는 부인이 했던 집안의 온기를 느끼게 된다. 청년은 커피 한잔 괜찮냐며 권했고, 그는 주면 먹겠다며 못 이기는 척 앉았다. 청년은 맛은 어떻냐며 묻자 그는 맛이 괜찮다며 다시금 살아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오토는 어느 날 이런 말은 하게 된다. "이게 사는 거지." 사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한 적이 있다. 은퇴 아닌 은퇴를 하고 휴식을 맞으면서 할 일이 사라지고 사람과 연락이 끊기게 되며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아마도 오토는 일자리에서 원치 않은 퇴직을 하며 사랑하는 부인을 잃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을 것이다. 세상에 남은 것이라곤 차가운 규칙 지켜야 할 것남아 있었다. 혼자서 불만불평을 늘어놓으면서 나 외에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의 모습에서 외로움을 느꼈다.


오토는 새로 이사 온 다정한 마리솔에게 마음을 열고 그의 가정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된다. 사람 사는 것이 주변사람과 어울리며 얘기를 나누고 관심을 갖고 웃고 떠들 때, 오토가 얘기했던 "맞아! 바로 이게 사는 거지."의 의미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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