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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Aug 11. 2023

삶에 조난자가 되다 (캐스트 어웨이)

고독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방황하고, 일상을 살아내다가도 난파된 배처럼 두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무엇이 그토록 나를 힘들게 한 것일까. 신학대학을 다녔다. 홀로 있는 시간 안에서 나는 자율 안에서 자유롭게 지내려고 했다. 나 자유를 찾다가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다 보니 병이든 것도 모르고 지냈다. 몸이 아파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다. 나는 자퇴 후 휴식기를 보내면서 그동안의 시간을 정리했다.


삶은 가 원하는 데로 가다가도 풍파에 휩쓸려 내려가기도 한다. 나는 가고 있지만, 고난의 행군을 참으며 웃으려고 애썼다. 힘듦을 참아내면 그만큼 나는 지치고 쉬지 않고 방치하면 길을 갈 수가 없다. 가 아무리 좋아서 왔더라도 내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은 선택이라면 힘든 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다. 그때 시간은 내게 필요한 시간이었지만, 미쳐 내가 깨닫지 못한 것을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는 척 놀랜드라는 남자가 있다. 페덱스에서 일하는 그는 여자친구 켈리와 떠나기 전 시간을 보낸다. 크리스마스이브 데이트를 마치지  못하고 비행기에 올라타는 척 놀랜드는 여자친구 켈리에게 선물을 보내며 작별 인사를 한다. 켈리가 준 선물 시계를 쥐고 페덱스 전용비행기에 올라 배송업무를 시작하게 된 그는 이륙 후 기내의 상황이 심상치 않에도 여자친구 사진이 담긴 시계바라본다. 결국 비행기는 추락하게 되고 바닷속에 빠진 척 놀랜드는 바다에 표류하게 된다.


그는 눈을 뜨자 외딴섬에 도착해 있다. 아름다운 바다와 바위, 야자나무, 사람 없는 섬에서 그는 영문도 모른 체 구조되기를 바라며 외쳤다. 모래 위에 도와달라며 글을 적고, 바다로 뛰어들어 튜브를 타고 가지만 파도에 휩쓸려 다리만 더 다치게 된다. 몸도 마음도 피투성이가 된 그는 다시 섬에 되돌아온다. 불을 피위기 위해 나무막대기를 돌려보지만, 피워지지 않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는 자신견딜 수가 없어 손 다치고 만나다. 피에 묻은 배구공을 유심히 바라보며 배구공에 눈과 입을 그려 윌슨이라 이름을 짓는다. 그는 자신이 이 섬에서 살아나가리라는 희망을 갖기 위해 친구 윌슨과 대화를 시도한다. 결국 불 붙지만 좋아하는 것도 잠시였다. 그는 섬에서 외롭고 힘든 시간을 홀로 보낸다. 4년 뒤, 그는 동굴 속에서 밤마다 윌슨과 대화하며 날짜를 세고 그리운 여자친구의 얼굴을 그리며 고독과 공포를 견뎌내야만 했다. 마침내 나무를 잘라 떠밀려온 철판을 이용해 뗏목을 만들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목숨을 걸고 4년 만에 이 섬을 탈출하려 한다.


이 세상을 나가면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만난다는 희망을 갖고 파도를 헤치고 나간다. 밤이 되면 고래의 눈과 마주하게 되고 낮이면 물고기를 잡아 생명을 유지한다. 그러다 지치면 밤낮으로 파도에 떠밀려 어디론가 가게 되는데, 윌슨과도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된다. 이제 바다에 홀로 남겨진 거라곤 척 놀랜드뿐이다.


그는 마른 몸을 옆으로 누인 채 엎드려 있다. 그 옆을 지나가는 큰 배가 그를 깨우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외친다. 여자친구 이름인 켈리였다. 그는 구조되었고, 자신의 동료에게 지난 5년간 자신의 신원과 여자친구에 대해 물었다. 차가운 얼음과 캔음료수를 보면서 난 얼음 좋아하는데 라는 말을 하며 감격의 순간을 맞다. 수많은 사람들의 환영식을 마치고 그의 약혼녀 켈리를 기다린다. 어색한 듯 어쩔 줄 몰라하는 그를 보러 온 것은 뜻밖의 남성이었다. 이 남성은 5년 전 그의 신경주치인인데 약혼녀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며 지금 캘리가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에둘러 표현하고 자리를 황급히 떴다.


척 놀랜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눈빛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켈리였다. 켈리는 차에 나와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몸부림을 쳤지만, 남편은 끝내 그녀를 막아섰다. 다음 날 척 놀랜드는 그의 동료들과 파티를 마치고 동료가 남긴 랍스터를 바라보면서 5년 전 외딴섬에서 먹었던 꽃게를 생각하며 어이없어했다. 이틀 해도 무인도에 있었는데 말이다. 그날 밤 호텔에서 그는 불을 껐다 켜기를 반복하며 엎드린 채 그녀를 생각다. 비가 오는 밤, 그는 택시를 타고 그녀의 집 앞에 도착다. 문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그때 켈리는 문을 열고 올 줄 알았다 감격한다.


아이와 남편은 잠을 잔다며 차 한잔을 권하는 그녀에게 척 놀랜드는 5년 전 그녀의 시계를 되돌려 준다. 그는 책 상앞에 놓인 것은 무엇이냐며 물었다. 그녀는 지난 5년간 당신을 찾기 위해 모은 자료라 말하는 순간 그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가 결혼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를 잊지 않았다는 것에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보여줄 것이 있다며 차고로 가 5년 전 같이 탔던 차를 보여주었다. 이제 당신 거라며 돌려주었고, 그는 잠시 차를 타고 나갔다 오겠다며 떠날 것을 암시했다. 밖은 비가 내리고 캘리와 인사를 나누며 차량은 떠나갔다. 그녀는 그의 이름을 외치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차량은 전속력으로 후진하며 그가 그녀를 안았다. 사랑한다며. 그녀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이제 가야 한다며.


척 놀랜드는 5년 전 자신의 차를 타고 1차선 도로파란 하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어느 집 앞에 도착하자 문을 두드렸다. 인기 척이 없자 그는 택배를 집주인에게 돌려주며 메시지를 남긴다. "당신의 택배 덕분에 제가 살아남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도로에 멈춰 선 그는 맞은편에서 오는 자주색 차량이 멈춰 섰다. 여자는 길을 잃으신 것 같은데, 도로를 설명해 주었다. 그는 길 위에 멈춰서 어디로 갈지 선택을 하고 있었다.


삶은 때론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내가 가고자 했던 길을 멈춰야만 한다던지, 누군가와 이별을 해야 한다던지, 예상치 못한 길을 가고 있다던지 말이다.  길 위에 윌슨이라는 친구가 있다. 끊임없이 대화하며  좋은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가 있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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