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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Aug 10. 2023

자신의 길을 걸어간 삶(feat. 비커밍 제인)

서웨이의 큰 눈이 매력적이다. 그녀를 처음 본 건 20대 어느 영화에서 본 것 같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큰 눈과 씩씩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성에 대해 호감이 생겨 알아가고 서로 좋아하게 되면, 상대방만 보인다.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고, 잘 보이고 싶어서 외모에 신경을 쓰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기다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그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약속을 잡는다. 분위기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으면 용기를 내어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데이트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것이 돈이다. 분명 한 달 월급 통장에 돈이 찍힌 것 같은데, 점점 돈이 줄어든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만나다 보면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안정을 갖고 싶어 했다. 아침 일찍 꽃을 사서 출근길에 전해주기도 했고, 비가 오는 날 그녀가 보고 싶어 택시를 타고 집 앞에 도착했지만 가 없었다. 돈이 없어서 부끄러웠지만, 그녀는 다행히 돈을 내주었다.


어느 날, 연애 3개월이 지나 콩깍지가 사라졌다. 같이 차를 마시고, 술을 마시며, 서로 가벼운 대화부터 진지한 대화까지 오고 가다 보면 서로의 성격과 자라온 환경, 가치관, 대화가 잘 통하는지 가늠하게 된다. 사랑해서 만났지만, 결혼에 대한 환상이 현실에서 자주 마주했다. 결국 3개월이 지나면 사랑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당시 난 돈을 벌고는 있었지만, 직업이 나에게 맞는지 잘 라 방황하고 있었다.


영화 <비커밍 제인>에서는 제인 오스틴의 실화를 담은 영화이다. 영국 햄프셔에서 작가로 꿈 제인 우연히 만난 가난한 런던 변호사 톰 르프로이와 만나게 된다. 그러나 제인은 높은 집안의 남자 위슬리와 결혼 얘기가 오고 간다. 어머니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인이 결혼하기를 원한다. 제인은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냐고 말하지만, 어머니는 결혼은 사랑만 갖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며 반박다. 돈 없는 아버지를 만나 나처럼 살기를 원하냐며 다그친다. 제인은 소설을 써서 돈을 벌면 된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그런 시지 않은 소리를 집어치우라고 말한다.


어느 날, 제인은 파티에 참석하여 위슬리와 톰 르프로이를 만난다. 둘 만남에 갈등하는 제인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위슬리의 이모는 제인에게 가난한 집안에 결혼 제안을 했으면 고맙게 받아들여야 할 것 아니냐며 비위거슬린 말을 한다. 제인은 고뇌하며 달밤 호숫가에 서있는다. 그녀를 바라본 톰 르포로이는 판사인 삼촌에게 갈 것이니 같이 떠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삼촌은 편지한 통을 받고 제인이 가난한 집안과 무명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제인은 집으로 돌아와 사랑하지 않지만 집안을 위해 결혼하겠다며 위슬리에게 말을 전한다. 그런데 톰 르프로이는 제인에게 찾아와 그녀를 사랑한 나머지 도망가자고 제안한다. 제인은 언니의 만류에도 그와 함께 떠난다. 떠나는 길에 마차가 늪에 빠져 톰 르프로이 지갑에 있는 편지 한 통을 읽게 된다. 그의 가난한 집안 형편을 알게 된 제인은 가는 중간에 톰 르프로이에게 말한다. 우리는 결국 헤어지고 말 거라며 현실을 자각한다.


다시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와 위슬리와의 결혼도 무산된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 그녀는 위슬리와의 대화 중에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위슬리는 "애정 없는 결혼도, 애정만 있는 결혼도 할 수 없었겠죠."라고 제인에게 말을 건넨다. 결국 제인은 자신의 사랑의 체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게 되고 작품을 낭독하는 자리에서 톰 르프로이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작가로 거듭났고, 톰 르프로이는 딸과 함께 법조인으로 나타지난 사랑을 추억하며 각자 길을 가게 된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나의 지난 시절과 지금의 상황에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 멍하니 봤다. 20대에 애정만으로는 결혼을 할 수도 없었고,  없었으며, 가야 할 길이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글을 쓰 쉬고 있는 나에게는 사랑한다는 것은 남의 일과 같다. 


모든 고난을 겪고 난 뒤 창문을 바라보며 글을 쓰는 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녀가 그렇게 글을 쓰고 있듯이, 지금 나도 창문을 바라보며 글을 적고 있다. 그녀 사랑만으로 현실을 감당할 수 없었고, 애정 없는 사랑에 돈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이 이야기가 되고 자신의 꿈을 위해 걸어갔던 계기가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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