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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Aug 08. 2023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삶은 나의 의지와 다르게 흘러간다. 세상 중심에서 서있는 것처럼 살다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운동이었는데, 운동학과를 진학하고 사람과 교류의 중요성을 느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사는데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또 하나는 동네 친구와 술을 마시면 그를 붙잡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다행이도 친구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좋아한다. 이 친구는 이과 쪽의 머리라 수학이나 논리 외에는 말주변이 없다. 그래서 이 친구를 만나면 나는 연신 이런저런 말을 했다. 사실 말하는 것은 답답한 것을 해소하고 싶어서 였다. 난 운동 쪽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병원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근무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의사부터 치료사 간호사 상담사와 소통의 어려움이었다. 그들은 다들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데, 나는 막상 얘기를 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내의사 표현을 하는 데 있어서 친한 사이에게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이 좋았는데, 친하지 않는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장에서 소통을 하든, 친구와 소통을 하든, 끊임없이 소통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 있다.


정작 소통을 하고자 하는 나는 무엇에 대해 소통을 하고 싶은지 몰랐다. 언젠가 철학 수업을 듣고 삶과 나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허공에 뜬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어디이며, 저것은 무엇인지 말이다. 알 수 없는 질문들 속에 철학의 본질은 잊어버린 채 나에 대한 소통을 주고받았다. 타인과 소통보다는 온전히 나와 소통을 하는 시간을 갖었다. 그 시간은 가장 나에 대한 이해를 갖고 삶에 물음을 던지며 보낸 시기였다. 삶에 지쳐 아프고 나니 휴식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휴식을 하면서 삶은 내가 없어도 잘만 굴러다. 내가 없어도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사느라 정신이 없다. 최근 지인에게 전화를 하면서 그들의 삶은 보다 바쁘고 치열하여 내게 관심을 쏫 여력이 없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난 다음날 그 전화통화 내용이 생각났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사느라 정신없을 터여서 이런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나는 지금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철없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생각했다. 타인의 삶은 나와는 별개의 삶이고, 적어도 내 삶을 살가기 위해 내 것을 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내게 소통이라는 것은 대화가 잘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과 대화가 먼저일 것이다. 내 안에 풀리지 않는 것이 풀려 나 자신과 소통이 되고, 타인과 소통을 해나가는 것이 내 삶에 이롭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것 안에서 나와 타인과 소통을 해나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어릴 때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친구와 소통하며 마찰이 생겼다. 커가면서는 좋아하는 것이 분명히 있다. 어렸을 때 친구라도 각자의 삶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소통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좋아하는 취미를 하고 사람과 소통을 해나가며 어울리 것이 소통의 또 다른 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그 취미가 일이 되고 일이 취미이라면 그것만큼 더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사람과 소통하며 나 역시 소통하는 행복한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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