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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Aug 29. 2023

젊다는 것은 새롭게 살아가는 거야.

(feat. 드라마 '힙하게')

최신 유행하는 것을 주도하고 나만의 것을 찾아 살아간 적이 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아닌 것은 버리며, 나만의 개성을 찾았다. 요즘은 와이드 청바지가 유행이던데, 미힙합과 힙합바지가 유행하던 시절 머리를 밀고 스크래치를 하고 다다. 마치 힙합퍼처럼 말이다. 얼마 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젊음을 잃어버렸다.


어느 순간 지난 기억을 하면서 옛날 그 시절이 그리웠다.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하고 오래된 것에 집중하다 보니, 지금의 나보다 예전의 나로 살아가는 것만 같았다. 동네에서 같이 보던 친구가 그립고, 예전에 같이 놀던 누나 형들이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의 삶이 있었다.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살아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들은 예전을 기억하기엔 현재를 살아가기에도 바빴다. 형이나 누나는 싱글들이 많은데, 그들은 자신의 삶을 살고 취미생활을 하며 사느라 지난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 나만 예전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드라마 '힙하게'를 봤다. 한지민은 수의사 역할을 맡으며 시골생활에서 사람들이랑 소통하며 살아가는 밝고 명랑하면서 엉뚱한 면모가 있다. 그녀는 어느 날 초능력이 생겨 동물이나 사람의 이전 기억을 보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 그녀는 사람과 말 못 하는 동물 사이에 알지 못한 것을 알려줌으로써 다리역할을 한다. 나는 언젠가 고립된 적이 있다. 소속된 대학이 있고, 공부를 할 수 있고, 일을 다닐 때는 몰랐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서 소통할 창구가 없어지게 되었다.


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답답함을 갖는다. 한해 지나가면 갈수록 나는 스스로 괴로웠다. 언젠가 소통의 창구는 글을 적는 것이었다. 글은 상대방과 직접적인 대화는 할 수 없지만, 생각을 나눌 있었다. 그러나 글도 한계가 있다. 사람과의 교류가 적어지다 보면 나 혼자 퇴보되는 것 같다. 예전 것에 얽매이고, 익숙함을 찾게 되지만 그것은 나를 더 고립되게 만들 뿐이었다.


최근 나는 글쓰기 수업을 통해 새로움을 찾게 되었다. 그곳에서 마음을 열고 나의 얘기를 하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예전에 했던 것 영화를 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집 안에서만 있다가 나가서 나답게 옷도 입어보고, 색깔도 맞춰보면서 거울을 봤다. 그래. 이게 나지. 나다운 게 이거였는데 말이야. 그동안 나다움을 잃어버리고 새롭게 살지 못했다.


늙어간다는 것은 나이가 아니다.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않고 익숙하고 예전의 것에만 얽매여 오늘을 새롭게 나다운 모습으로 살지 못하는 것이다. 언젠가 성당에어머니 지인을 뵈었다. 이분은 선생님을 하시다 일찍이 은퇴하시고 가정을 꾸리셨다. 선생님은 늘 옷을 밝게 입고 다니신다. 정말 힙하고 트렌디하게 말이다. 나이는 어느덧 80대를 넘으셨지만, 한 번도 나이가 드셨다는 생각을 안 했다. 오히려 내가 더 늙게 느껴졌다. 젊게 산다는 것은 나답게 산다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어땠는데 하면서 지금 나와 다른 동떨어진 삶이 아니라, 새롭게 변화하는 것을 받아들여 나다움으로 소화시키는 것이다. 젊음은 늘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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