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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Sep 01. 2023

서로 맞지 않는 남녀의 인간적 로맨스

(Feat. 갯마을 차차차)

'갯마을 차차차' 드라마를 봤는데, 끊임없이 웃음이 났다. 모라 그럴까. 인간적 모습이 정겹게 느껴져서 그런 것일까. 도시의 차갑고 계산적인 모습이 아닌 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드라마다. 요즘 못다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데, 이 드라마처럼 웃음 통찰력, 감동이 밀려오는 드라마는 오랜만이다.  신하은 작가라는 분이 극본을 쓰셨는데, 1편 보고 2편보게 되는 재밌고 인간적이야기를쓰셨다.


치과의사 '윤혜진(신민아)'와 만능 해결사 '홍반장(김선호)'의 로맨스로 시작된다. 도시에서 페이닥터로 일하던 혜진은 원장과 마찰을 생긴다. 꼼꼼한 혜진의 성격상 잘못된 건 그냥 지질 않아, 원장의 과잉진료 탓으로 일을 그만두게 된다. 그녀는 답답한 마음에 가 마을을 가게 되는데, '홍반장'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홍반장은 마을에서 할머니들에게 500원을 받으며 비누도 팔고, 중개사도 하며 마을 일을 도맡아 하는 말 그대로 반장 역을 하는 사람이다. 홍반장은 그녀의 어려움을 도와주면서 서로 친해지는 계기가 되는데, 그녀는 도시의 생활이 어려워 마을로 내려와 치과를 차린다.


그녀는 마을 사람의 조언으로 마을 잔치에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할머니가 손으로 주시는 음식을 받아먹는 것부터 그녀의 깐깐한 성격에 마을 사람의 빈말에 뭐 도와줄 것 없냐는 물음에 집 작은 타일이 깨진 것을 고쳐달라는 말에 사람들은 어이없어한다. 그녀는 사람들을 평가하는 말을 내비쳐 마을 사람들은 빈정이 상해 자리를 일어나게 된다. 마침 마을 청년가수를 하다 못한 얘기를 그녀에게 꺼내 놓는데, 혜진은 듣기가 싫어 자리를 옮긴다. 그런데 그녀는 하필이면 마을 회관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친구와 대화 중 이런 말을 하게 된다. "그 가수 하겠다는 남자가 다짜고짜 나한테 얘기를 하는데, 현재는 그 모양인데 과거를 타령하는 사람은 비겁하고 초라해 보여서 싫어." 친구는 "과거에 희망을 둔 사람짠해 보여. 평생 못 이룬 꿈이 남아 마음에 밟히는 법이잖아."


그날 밤 혜진은 자신의 한 말을 후회하게 된다. 홍반장은 혜진의 집에 택배를 배달하러 가며 이런 말을 한다. "그쪽은 본인이 잘났다고 생각하지. 머리도 좋아 의사도 되고 인생이 아주 탄탄대로였겠어. 그런데 시련도 있었겠지. 어쩌다 방지턱 같은 거. 고작 그거 하나 넘으면서 역시 의지만 있으면 안 되는 거 없어 이랬겠지." 혜진은 " 아까 그 일이라면 그만해. 그쪽에게 이런 얘기 들을 이유는 없는 것 같아." "아니 왜 남에 인생을 떠들어 대는 건 상관없고. 본인 얘기하는 건 불쾌해? 이봐요 의사 선생님. 몰 잘 모르시나 본데. 인생이라는 거 그렇게 공평하지 않아. 평생이 울퉁불퉁 비포장 도로인 사람도 있고. 죽어라 달렸는데 그 끝이 낭떠러진 사람도 있어. 알아들어?"


난 재미만 있는 줄 알았는데, 대화 속에 담긴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껴 찌릿한 전율을 느꼈다. 나도 인생이 탄탄대로 앞길만을 달리고 내달려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다가, 어쩌다 쉬면서 취미 삼아 어쩌다 글을 쓰고 어쩌다 수업을 듣고 하고 있다. 내가 남의 인생을 어떻다고 말할 때는 몰랐는데, 내 인생이 잘 가다가 멈출 때는 '그래 맞다. 누가 누구 인생을 얘기할 수 있는 가' 싶다. 내 인생 하나 제대로 사는 것이 결국 구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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