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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Sep 02. 2023

만약 행복하고 싶다면 솔직하면 됩니다

요즘 '갯마을 차차차' 드라마를 자주 본다. 인간적이면서 대사 한 마디가 참 와닿는다. 치과의사 혜진은 홍반장의 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이성을 차리지만, 날뛰며 즐겁게 논다. 홍반장은 그런 그녀를 알듯 모를 듯이 바라봐준다. 혜진은 홍반장의 알 수 없는 모습에 처음과 달리 끌리게 된다. 같이 일하는 간호사는 혜진에게 홍반장의 미스터리를 알려준다. 혜진은 학력과 가치관, 집안, 배경 등등을 보고 판단하는데, 홍반장은 그렇게 힘들게 좀 살지 말라 한다.

 

혜진은 홍반장이 명문대 공대를 나온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홍반장이 왜 이 시골에서 알바를 하며 살아가는지 이해가 가질 않아 한다. 그들은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혜진은 홍반장에게 왜 그 스펙을 갖고 그렇게 사냐며 묻는다. 홍반장은 세상에는 돈, 명예와 달리 가치 있는 것이 더 많다며, 사랑과 평화가 그렇다며 말한다. 혜진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둘은 즐겁게 식사를 마친다. 회집에서 나설려는데, 비가 내려 홍반장은 혜진의 손을 잡고 해변으로 뛰어간다. 홍반장은 혜진에게 말한다. "어때 좀 시원하지 않아" "아니 찝찝해" "그냥 좀 널 놔둬. 이럴 땐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확 비를 맞아 버리는 거야. 그냥 놀자 나랑."


난 이 장면이 너무 좋았다. 어느 순간 머릿속으로 정답을 찾아 현실만을 바라보며 살았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현실을 저버리고 살아갈 수는 없지만, 인생 좀 놀아도 상관없다는 말이 난 너무 긴장하고 살지 말라는 말처럼 들렸다.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어느 날 악몽을 꾸며 잠을 뒤척인 적이 있다. 다음 날 되면 난 이 세상에 홀로 어떻게 될 것처럼 느껴졌다. 내 인생이 파도에 휩쓸려 어디론가 날 데리고 가는 것 마냥 답답했다.


시간이 지난 뒤, 그런 막연한 불안은 이 세상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불안은 마치 나의 숨통을 조여 오는 듯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는 더 좋은 일이 많고 건강한 일이 많으며 할 일들이 더 많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어그들의 기억 속에 내가 존재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남들은 다행복 해 보이는데, 나만 불행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남들에게 비친 내 모습은 행복한 척 살지만, 실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조차 모르고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다 죽으면 죽는 거지 했지만,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 다만 골병이 들뿐이다.


아프고 나면 성숙해진다는 말이 그렇다. 감추면 아프다.  적어도 지금 나에게는 솔직해야 후회가 없다.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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