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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Sep 06. 2023

서점에는 쉽고 재밌는 에세이 책도 있다.

영풍문고에 방문했다. 1년 전쯤 방문하고 서점에 다시 되찾은 나는 방문목적이 뚜렷했다. 책을 읽기 위함이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책을 즐겨 읽지 않은 나로서는 서점은 심심하면 둘러보는 정도였다. 팬데믹 이후로 한국 성인이 일 년 독서량이 낮아졌다는 기사를 보면 나도 그 안에 포함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서 방문하게 된 것이다.  


나는 친한 친구한테 모르는 사람 앞에서 웃긴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학창 시절에 책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한 나의 한계도 있지만, 대부분 어른들이 써놓은 책은 재미가 없었다. 어떤 삶의 고민과 고난, 성찰거리를 글에 녹여 놨던 것인데, 특히 어운 한자로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덮어버렸다. 읽기 어렵고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난 청소년기 시절에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봤다. 예능을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웃고 떠들 수 있어서였다. 아버지는 내 성적을 보면서 공부를 좀 해라 하고 말씀하셨지만, 난 웃고 떠는 게 더 좋았다.


부모님은 일을 하러 나가셨고, 혼자 있으면 재미가 없었다. 형제가 있어서 웃고 떠들 일이 없었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어서 책을 보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일한 재미는 친구들과 모여서 운동을 하거나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내 친구들은 다들 재미가 별로 없다. 그래서 20대에도 술을 한잔하면서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것이 나였다. 나는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유재석을 비롯한 박명수, 정준하 등이 나와서 쓸 때 없는 말을 하면서도 재미있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였다. 개그맨이 다른 연예인에 비해 조금 덜 멋있더라도 재미가 있다. 난 그래서 좋다. 무언가 부족해 보이고 무언가 자신을 망가뜨리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언젠가 삶을 방황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인생심각하고 정답을 찾아 헤매고 우울하게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내 삶은 재미가 없어졌고, 말도 그랬다. 그래서 우연히 글을 적기 시작했는데, 욕부터 시작해서 막연히 글을 적었다. 내가 그동안 힘들었던 것부터 지난날 말 못 한 얘기까지 말이다. 그러다 언젠가 글을 잘 써야지 하고 글을 썼더니 글심각했다.


부끄럽게도 내 인생에 글을 읽었던 적이 얼마 없었다. 특별히 공부를 하기 위해 글을 읽은 적은 있어도 말이다. 자발적으로 글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 어제 영풍문고를 가니 브런치 대상하신 분의 부터 법정스님의 까지 여러 에세이 책이 있었다. 각자가 하고 싶은 얘기를 써놓은 글이다. 요 며칠 자발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난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쉽고 편하게 다가오는 글이 좋다. 나 같이 글을 잘 읽지 않는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그중에 요즘같이 웃을 일없는 세상에 웃고 사는 얘기 하는 책이 많았으면 좋겠다.


뉴스를 틀어놔도 그렇고, 지나가는 거리를 봐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웃을 일이 없는데, 책마저도 웃을 일이 없다면 나처럼 책 안 읽는 사람은 재미가 없어서 볼 수가 없다. 그런데 서점에 가면 쉽고 재밌는 에세이 책도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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