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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Sep 08. 2023

나는 아버지를 원망했다.

나는 아버지를 원망한 적이 있다. 영화 '토스카나'에서 테오는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는 아버지의 미움이 성공을 위해 달려가게 했고, 그런 자신을 향해 어머니는 "그러면 네가 행복하냐고." 말다. 아버지의 땅을 정리하기 위해 이탈리아 토스카나 방문하면서 소피아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며 사랑을 배우게 된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 나를 무시하는 언어를 쓰셨다. 네가 몰아냐는 식으로 말이다. 나는 그 말이 불편했다.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여러 대학 입학원서를 쓰던 중 아버지는 내게 물었다. 잘 돼 가냐고. 난 그렇다고 말했더니 아버지는 그냥 기술이나 배우면 어떻겠냐고 나의 꿈을 깨는 말을 했다.


난 대학을 들어가서 어렵게 학비를 타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아르바이트를 하긴 했지만, 내 용돈벌이인셈이었다. 장학금을 타려고 했지만, 장학금은 물 건너갔다. 대학교3학년 때쯤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1주일이라는 시간을 중환자실에서 보내셨는데, 아버지가 쓰러지셨을 때 나를 먼저 찾으셨다.


나는 다급히 119를 부르고 아버지가 살아나시기를 바랐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보냈다. 아버지가 정말로 떠나신 게 맞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성당을 가게 되었고, 피정을 하게 되었다.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었다.


나는 방황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단지 세상이 원하는 성공을 쫒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 쫒고 있는지는 몰랐어도 내 마음속에는 이런 마음이 있었다. '아버지에게 꼭 성공해서 보여줄 거야.' 그런데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대상이 사라진 것이었다. 난 갈길을 잃고 말았다. 일을 해도 사랑을 해도 잘 되지를 않았다.


어느 순간 난 느꼈다. 난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아버지가 나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던 것뿐이었다. 아버지가 살아가기 힘들어 그랬던 것이다. 나는 나만 생각하고 있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시간이 흘렀다.


일도 했고, 사랑도 했으며, 사랑이 무엇인지 조금 느끼게 되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남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나를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는데, 어쩌면 당연한 말일지 모르지만, 나와 연관시켜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아버지는 내게 사랑을 알려주셨다. 고마운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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