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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Sep 10. 2023

인생길을 걸어가는 친구

Feat. 발렌타인 30년 산

어제 대학 동기를 만났다. 동생은 늘 뜬금없이 연락하고 보자며 만나  편이다. 한결같은 놈이다. 어제도 날씨가 좋아 걷고 있었다. R은 꼭 이 시간에 연락을 하는데, 밖이어서 집에 가서 다시 연락했다. 방에 하루 종일 있었다며 말을 린다. 난 "날씨가 좋아 한잔 생각나는가 보군." 그래 이 번에는 내가 가겠다 했다.  


외곽지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저녁 8시쯤 동네에 도착했다. 큰 산이 있어서 그런지 제법 밤공기가 찼다. 이제 제법 가을이 다가왔다. R은 전화 도중에 일이 있다며 8시에 물건을 잠깐 옮겨야 된다고 했다. 주말이 더 바쁜 R을 기다리 역 앞에 있는 안경점을 걸어 다다. 안경점 불빛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 젊은 연인이 손을 잡고 거닐고 있었다. 덜컹 소리를 내며 달리는 전철 굴다리 밑으로 보이는 네온사인이 보였다. 그래 맞다. '지난번에 이 동네에 왔었는데 그땐 여름이었지.' 하 30분을 기다렸다. 속으로는 '오래 걸리나 보군.' 하면서 내심 빨리 오기를 바랐다. 저녁식사를 하지 않은 터라 당이 떨어지고 있었다. 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형 미안해요. 짐을 좀 옮기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많이 기다렸죠." "아니야. 괜찮아. 천천히 와."하고 끊었다. 곧바로 뛰어오는 R의 모습이다. 손을 흔들었다. R은 인사를 하며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길래 우선 다 괜찮다며, 고기나 치킨 그리고 야외였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주위를 둘러봤다. 작은 골목에 고기를 굽는 사람, 옹기종기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누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그런데 마땅히 야외 자리가 없자 R은 고기 굽기도 귀찮고 하니 족발 어냐며 물었다. 그래 괜찮다고 했고, 이 집이라며 괜찮냐고 물었다. 그래서 좋다고 해서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소주와 맥주 한 병을 시키고 족발 앞다리 쪽으로 시켰다. R은 이 집이 손님이 별로 없고 조용하다며 거의 배달만 해서 괜찮다고 했다. 족발 보쌈을 시켜 소맥을 말아주겠다며 한잔 탔다. "첫 잔은 원샷이겠죠"라는 이효리의 말처럼 원샷했다. 어게 사냐고 했더니 R은 조금 심심하게 산다며 나 같은 30대 청년의 어려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통해 접한다고 했다. 직장선배가 퇴사했고, 동기 일은 하긴 하는데 직장 상사에게 눈 밖에 난 모양이라고 했다. 난 다른 좋은 소식 없냐며 물었더니, 다른 동기들과 수영장을 갈 계획이했다. 뜬금없이 R은 자신이 하고 싶은 야망을 내비쳤다. 난 그 말을 듣고, 잘 할꺼같다며 응원했다.


R은 글 쓰는 건 어떻냐며 묻길래, 그냥 쓰고 배우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 술자리 분위기는 좋아서, 휴가계획은 없냐며 물었더니, 상사 눈치를 보고 있다 했다. R은 "언제 한번 여행 갈래요" 묻자, "그래 나야 좋지" 라고 답했다. 예전에는 여행 갈 여유도 없었다. 쉬고 충전하고 하다 보니 조금씩 여유도 생겼다.


우리는 1차가 아쉬워 맥주 한잔 더하기 위해 R의 집으로 갔다. 난 거절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2차는 그 친구 집으로  했다. 난 거실에 앉았다. R은 캔맥주와 과일을 꺼내 놓고 옆에 발렌타인 30년 산이 있길래 술이 있냐며 묻자, 다 마시고 아주 조금 남아있다고 했다. 병을 보았더니 정말 조금만 남아 있었다. R은 이 병에 소주를 타서 마시면 양주가 된다면서 내게 소주어보라 했다. 술을 한잔을 마시니 양주냄새가 나긴 났다.  개인적으로 막걸리나 맥주가 좋다. 남은 양주향만 맡아보는 시음회를 마치고,



시간이 자정을 넘 이제 좀 쉬자며 했다. 다음 날도 일이 있다며 새벽같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난 잠시 대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인생길을 다르지만, 서로 길응원했다. 덕담을 주고받고 잘 자라는 인사말과 함께 잠을 청했다. 알람소리가 났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그 친구는 벌써 출근을 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창문 밖을 보있는데, R에게 메시지가 왔다. 해장도 하고 가면 좋을 텐데 하면서 못내 아쉬워했다. 담에 또 보자며 인사를 했다. 인생길은 달라도 서로의 삶을 응원다. 나도 기쁘게 삶을 살아가고, R도 자신의 삶을 기쁘게 걸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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