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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Sep 16. 2023

요즘 세상에 누가 책을 읽어요

"재미도 없는 책이 무슨 소용 있어요."

난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책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내용과 알 수 없는 문장으로 작가만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나는 티브이 보는 것 좋다. 초등학교 시절 '경찰청 사람들', 아니면 총싸움하는 외시리즈, 아침마다 즐겨 보던 만화 '톰과 제리', '유머일번지'코미디 프로그램이었다. 


요즘도 유튜브나 다른 채널에서는 시대가 봐 뀌었어도 장르는 비슷한 것 같다. 예전에 비하면 더 심층 된 범죄이야기를 다루고 전문가가 나와 설명을 한다거나, 코디미도 서바이벌을 통해 생존해야 하는 프로그램, 다채로운 예능과 수많은 볼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다. 지나가는 택시도 이제 글씨 보단 광고 판을 달고 영상을 보여준다거나 지하철 도어에 붙어 있는 시보다는 벽에 붙여 있는 영상이 더 와닿는다.


최근 영풍문고를 자주 간다. 책을 읽으러 가는 것이었는데, 각 코너마다 다양한 주제로 책이 놓여있다. 한쪽 벽면에는 고품스런 베스트셀러의 책이 진열되어 있고, 다른 한편에는 몇십만 부 팔린 책 한 권을 밀어주는 코너도 있었다. 지나가는 길에는 사람 눈에 쉽게 뜨일 수 있는 종교, 에세이 서적이 눈에 띄었다. 잡지서부터 고전문학, 전공서적, 만화책부터 다양게 진열되어 있는 사이로 나무책상에 나이에 상관없이 늘 20명가량 되는 사람이 책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아이 어른 상관없이 책에 집중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난 '저 사람들은 왜 책을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최근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생각은 내가 모르는 한 부분을 파고드는 재미를 느꼈다. 이를 테면 지적호기심이라고 한다면, 무언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통해 내가 여태껏 몰랐던 점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저자의 생각을 조금이남아 엿볼 수 있는 점, 나도 내 생각말할 수 있는 점이다. 말하자면 남의 입장과 내입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려면 저자의 책을 읽기 위해 2시간가량을 투자해야만 한다. 2시간 동안 그 사람이 말하는 얘기를 들어보고 난 뒤, 내가 느낀 점이나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아닌 건 그냥 넘긴다.


한편으로는 책은 영상과는 다르게 보다 긴 시간을 통해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 연습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어제 읽었던 책인 ' 품격' 이기주 저자는 출판계를 레드오션이라 말했다. 책을 내는 사람은 많은데 읽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요즘은 사람들이 워낙 똑똑해서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듣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듣는 연습이 부족하다.


나 역시 어느 순간부터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게 되었다. 내 생각에 사로잡혀 남의 얘기를 듣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학창 시절에는 책을 읽지 않아 사고력이 부족하여 상대방의 얘기를 듣더라도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잘 안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남의 얘기를 듣고 공부하는 것보다는 바보가 되어도 재미 있는 티브이를 선택했는지 모른다.


요즘은 짧게 지나가는 영상 속에서 많은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은 것을 선호한다. 긴 문장보다는 짧은 문장 핵심을 언급하는 내용이 더 좋게 느껴진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이 하는 내용을 보고 듣고 읽고 싶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쉽게 잊힌다는 것이다. 오히려 책은 시간은 걸려도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의 얘기를 경청하려는 태도를 갖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저자의 글을 경청하고 머리에 남는 것을 적어보면 그 기억이 적게라도 남는다.


어쩌면 책을 읽는 이유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함은 아닐까. 요즘 같이 너무 똑똑해서 한 가지를 오래 하지 못하는 세상에, 또 급변하는 세상에 수많은 정보가 범람하고 빠른 것만을 추구하는 기다리지는 못하는 세상에서, 오히려 조금 지루하고 조금 게 가도 안전하고 행복하며 힐링이 될 수 있는 방법 있는데, 그것은 책을 읽는 것이다. 남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기 때문은 아닌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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