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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Sep 17. 2023

바쁜 세상에 누가 내 마음을 알아요

"누가 내 마음을 알아"

어제 대학동기가 저녁 8시에 대뜸 보자고 했다. 사실은 엊그제부터 내가 동기에게 이틀연속 연락을 해서 그렇다. 그래서 연락을 한 것 같다. 근데 이 친구는 내가 꼭 밖에 일정을 보고 오면 연락을 다. 그래도 반가운 동생이니 알았다고 했다. 우산이 없다며 우산을 챙겨갔다.


우리 동네 근처에 온다고 해서 시간 맞춰서 나갔다. 그런데 지하철을 반대로 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 먼저 가서 식사를 하라고 한다. 난 잠시 벤치에 앉아 글을 쓰려다가 생각이 안 나서 음악을 듣고 시간 맞춰서 갔다. 말이 그렇지 어떻게 식사를 먼저 하겠나 싶어 삼성통닭 가게  앞식탁운치가 있어 보여 앉았다.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와 맥주 두 잔과 소주한 병을 시켰다. 음식이 나오고 십분 즘 지났을까 옆 테이블 60대 중년 아저씨들이 왔다. 그들은 시끌벅적한 목소리로 서로 사진을 찍고 그것도 모질라 사장님에게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난 기쁘게 산다는 것이 저런 것일까 생각했다. 때마침 동기가 왔다. 회식하고 오는 길이라며 했다. 그러면서 재밌는 얘기 하나 하겠다며 당근과 토끼 얘기를 했는데, 조금 웃기긴 했는데 재미가 없었다. 왜 그 얘기를 하냐 했더니 일을 하는데 어르신들을 웃기려고 하니깐 잘 안된다 했다.


난 네가 웃기기까지 하면 공평하지가 앉을 것 같다며 욕심도 많다고 했다. "일만 잘하면 됐지 재미까지 있으면 어떡하냐"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서 비가 마구 쏟아지는 것이다. 동기는 자신 비를 몰고 오는 것 같다며 했다. 난 "왜 우울하냐" 그러면서 저 뒤에 앉아계신 아저씨들은 사진도 찍고 기쁘게 지내시는 것 같은데, 저런 모습이 좋지 않냐며 했다.


사실 나도 그랬다. 집에 나오기 전까지는 피곤해서 나가기가 싫었다. 내려오는 길에 비가 오고 그래서 힘이 들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기쁘게 살라고 살아보니 나도 처음이고 다 그렇다며 젊을 때가 좋다며 말이다. 그래도 난 삶을 살아가는 요즘 젊은 세대의 흔희 우리 나이 때에 30 40대의 고민이 있고 그 삶의 무게가 나도 모르게 느껴졌다. 그래서 우울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그 시간을 지나고 난 느꼈다. 삶은 원래 그렇다는 것을 말이다.


내려가는 길에 난 기쁘지 않을 것이 무엇이 있냐며 스스로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동기가 우산을 들고 오라는 말이 우울하다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난 동기에게 기쁘게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했다. 이 시간이 지나가면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 말이다.


친구는 이제 혈색이 돌아와 웃음되찾았고, 나도 웃었다. 지하철 역에서 잘 가라며 인사를 건넸다. 비가 많이 내렸고 우산을 건네며 "어머니가 니 얘기했더니 우산을 주시더라", 동기는 고맙다며 햄버거 하나 더 사겠다 했다. 넌 배부르지도 않냐며 하는 수 없이 롯데리아에 가서 햄버거를 하나 사서 나눠 먹었다. 그리고 그 친구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난 피곤했지만 마음 한 구석은 뿌듯했다. 동기는 메시지가 왔다. "형 우산 고맙습니다"라고 말이다.


가끔 내 인생에도 비가 온다. 그럴 땐 친구만 한 사람이 없다. 또 그럴 땐 비맞지 말고 우산을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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