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다음 날이라 그런지 산책로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어머니와 걷기 후에 어린이 집 앞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있었다. 두세 살 되는 아이가 언덕을 오르기 위해 봉을 잡고 걷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난 살아가는 것이 다 저런 연습을 하는 거겠지 생각했다.
신기한 일은 젊은 어머니들은 각자 자신의 아이를 돌보며 핸드폰을 보거나 아이 영상을 찍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이를 보면서, "이제 4시 반이니,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다가 집에 가서 밥 먹이고 들어가야 아이가 잠을 잔다"며 말을 마치셨다. 난 "어머니들이 봉사를 하시는 거군요."하고 말했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다가 우리 쪽으로 공이 굴러왔다. 남학생은 아무 말 없이 공을 갖고 갔다. 또 공이 낮고 세게 굴러오자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기에 그냥 발로 공을 막았다. 또 그 아이는 공을 갖고 갔다.
어머니는 자리에 일어나 화장실로 가셨고, 난 어린이 집 앞에서 잠시 서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축구유니폼을 입은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들 6명만 시끌벅적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움직임과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한편으론 보기 좋았다.
그런데 또 내게 갑자기 공이 굴러오길래 봤더니, 아까 그 아이 같았다. 학생은 공을 잡고 내 옆에서 공을 차려고 하길래, 몸을 옆으로 피하며 "어어" 했다. 아무래도 공이 빗나가서 맞을 것 같았다. 난 몸을 다시 돌려서 봤더니, 학생은 내 옆으로 공을 몰고 가길래 난 수비수가 되어 공을 뺏는 시늉을 하며, "야야 맞을뻔했잖아" 하고 웃으며 비켜주고 돌아섰다. 학생은 재빨리 대답했다. "제가 골키퍼라서요"하며 친구 쪽으로 공을 몰고 갔다.
난 그 순간 '응? 잘 못 들었나? 보통은 아 죄송합니다 이러는 게 맞는 것 같은데..' 하는 순간 깨달았다. '아 골키퍼니깐, 공을 찰 수밖에 없었다는 자신의 표현이구나.' 어쩌면 자신의 입장에서는 맞는 표현이겠거니 하며 요즘 mz인가 싶었다. 나도 mz이긴 한데.. 어머니가 그 광경을 지켜보시며, 난 "한 번 말이라도 걸어봤다"며 했더니, "잘했다" 하신다. 예전 저만한 친구에게 축구를 가리킨 시절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mz골키퍼와 대화를 나눠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