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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Sep 23. 2023

오늘 같은 날은 한강이지

어제 날씨도 좋고 해서 어머니와 한강을 갔다. 예전 같으면 40분이면 갈 길을 1시간 걸린 듯싶다. 혜화를 지나가는 길에 전투기 편대가 창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무슨 일까 했는데, 어머니가 공군행사라고 하신다. 그래서 서울 도심 교통이 정체되고 있었다. 용산으로 가는 길 목에는 더 막히는 것 같았다.


한강에 도착해서 병원에 들러 어머니 영양제가 필요하다 하셔서 하나 샀다. 병원은 한산했다. 한강에 들어서자 불금이라 젊은 연인, 솔로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한강 유람선 선창작을 지나 놀이터 주변에 테이블에 앉아 어머니가 싸 오신 떡과 과자를 나눠 먹었다.  주변에는 아이들이 모래밭에서 뛰 고, 아버지가 딸아이의 자전거를 잡아주고 있었다. 젊은 여성은 누워서 핸드폰을 보다가 요가 동작을 취하기를 반복하더니, 갑자기 일어나 제자리에서 춤을 추더니 갔다. 한강은 자유롭다. 다른 어머니들은 모여서 아이들을 지켜보기도 했고, 또 다른 어머니들은 아이에게 간식을 주고, 자신도 먹어가며 힘을 내고 있었다.


우리는 간식을 다 먹고, 걷기 운동을 하며 사람이 없는 조용한 길을 가려고 했다. 서강대교 근처는 한적해서 괜찮은데, 아무래도 중간 광장에는 젊은 사람들의 열기가 있었다. 어머니는 화장실에 들르셨고, 20대 여성"오늘 버스킹하나?" "아마 할 거야" 서로 대화를 나누며 신이 나서 한강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중학생 남자학생들은 아예 돗자리를 깔고 음식을 먹고 있었다. 나는 '그래 오늘 같은 날, 노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마침 나오시고 다시 한강을 따라 걸었다. 잔디밭에는 수많은 사람이 텐트를 치고 있었고, 버스킹의 노랫소리가 어디선가 들렸다. 자전거 타는  아저씨는 노래를 크게 틀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아보고 있었다. 난 "요란하게도 자전거 타시네" 했더니, 어머니도 "그러게"하시며 웃었다.


웨딩드레스와 정장을 입은 남녀는 셀프 웨딩촬영 하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는 10월 28일까지 금토, 18-20시에 눕콘 공연을 한다고 무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간 되시면 확인해 보고 가면 좋을 듯싶다. 사람은 점점 한산해졌다. 우리는 수영장 길로 걸어가 걷기를 하, 식사를 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강이 오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다가 간다. 흐르는 강물과 하늘, 남산타워가 보이는 이 가을바람을 맞으며 서울에서 숨을 쉴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한강에 오면 머리가 맑아진다. 다양한 사람과 볼거리, 그리고 자연과 쉼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다 되어 여의도 공원을 지나 버스정류장에는 불금 만원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마포를 지나 사람이 빠져나가고 종로쯤 오니 한적했다.


집에 오르는 마을버스에도 사람이 많았다. 마을버스에 내려 어머니는 "오늘 여행 잘했네" 하시며 흐뭇해하셨다.


'그래 오늘 같은 날은 한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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