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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Sep 21. 2023

어제는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맑다

어제는 비가 내렸다. 오후 3시에 워커를 신고 나갔다. 종로 영풍문고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차창밖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비 내리는 조용한 버스 안에서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았으나, 가을 치고는 쌀쌀하게 느껴졌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경복궁을 넘어 역사가 자리한 옛터를 지나다 보니 문득 나의 지난 역사가 생각나기도 했다.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고, 쉼을 가지면서 막상 쉼을 갖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글을 쓰기도 했고,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무언가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또 하나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도착한 종로의 풍경은 비바람이 몰아쳐도 사람들은 가을바람의 선선함을 더 느끼고 싶은지, 옷차림새가 가볍기도 하지만 외투를 착용하기도 했다. 쌀쌀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어느새 추석이 다가왔구나 싶다. 곰장어집에 연기가 모락모락 오르고, 직원도로 테이블 의자에 앉아 한적한 게 쉼을 갖었다.


비 오는 거리에 횡당보도에서 대기하고 있는 나는 어깨를 피고, 오는 바람을 맞으며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다. 움츠린 사람들을 지나면서 나는 더 가슴을 짝 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비바람은 쌀쌀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재빨리 영풍문고 회전문을 지나 우산의 빗물을 털어내고,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을 바라봤다. 검은색 반팔 티에 면바지와 워커를 신은 내 모습이 이젠 낯설지가 않다.


오늘 정지우 작가의 온라인 북토크에 참여하기 위해 찾는 책이 있었는데, 이곳에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책을 찾아 글을 둘러보던 중, 브런치 대상을 탄 작가의 책도 보였다. 글쓰기에  대한 책부터 법정스님의 수많은 책과 그 주변으로 여러 작가의 책들 속에 한 권을 집어서 읽어 내려갔다. 40대 고독 사이에 어두운 그림자가 낯설고 어색한 나이이기도 하다. 아직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빛을 바라보려는 나이, 그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책 한 권을 살펴봤다.


비가 내리고 난 뒤, 오늘 하늘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태평하다. 나도 언젠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을 꼭 쥐고 살았다. 움켜잡은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꽉 붙잡았지만, 결국 놓고 말았다. 놓고 나니 한 동안 믿기지 않아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도, 하늘은 여전히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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