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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Sep 26. 2023

난 독서광이어서 말을 재밌게 한다

난 어린 시절 독서를 하지 않았다. 읽어야지 해서 읽다가 재미가 없으면 책을 덮었고, 공부를 해도 책 앞부분만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방학숙제로 내준 일기는 방학의 시작으로 내 팽개쳤고, 재미있는 티브이를 보거나 친구랑 노는 것이 더 좋았다. 일기숙제는 개학 당일까지 몰아치기를 하고 그걸 보시던 아버지는 어머니에 자식교육이 어떻게 된 거냐며 씁쓸해하셨다. 아버지의 훈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 삶에는 재미가 없으면 안 되었다. 책을 읽고 지식을 넓히고, 호기심을 갖고 ''라는 질문을 하면서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알 수 없는 의구심은 가질 필요가 없었다. 차라리 책을 읽느니 난 나가서 노는 쪽을 선택했다. 모임은 두부류가 있었는데, 한 모임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줄곧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들이다. 난 이 친구들과 비비탄 총 글과 샷건 총을 서, 고글을 쓰고 총싸움을 하거나 모터자동차를 갖고 놀았다. 중고등학교 때는 농구하고 팀을 맞추고 서로 리더가 되겠다고 나섰다. 분위기 재미있게 만들었지만,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친구들은 재미가 없었다.


대학생이 되어서 친구집에 가면 다들 위에 형이 있어서 눈치를 보곤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저녁까지 놀다가 밥을 한 끼 얻어먹고, 분위기를 띄워가면서 기분이 좋으면 친구 부모님이 맥주와 치킨을 시켜 거실에서 이야기를 꺼내놨다. 부모님의 연애사부터 좋았던 점을 물어보면, 부모님이 기분이 좋으셨는지 아끼던 담금주를 꺼내어 흥이 올랐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사춘기에 있을 법한 삶과 죽음에 대한 다소 무거운 주제로 질문을 던졌다. 그 계기로 책을 읽었고, 최근 들어 1년에 1권 읽을까 말까 한 내가 벌써 대략 5-6권의 책을 읽었다. 또 잘 안 보던 영화를 10편 이상 보면서, 문학과 예술을 통해 삶을 간접적으로 이해하고 나의 삶을 비교하며 지식을 넘어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사실 나는 뜬구름 잡는 얘기나 웃긴 얘기, 이상하고 쓸데없는 말을 하면서 실속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가끔 진지하고 지식적인 대화가 오고 가야만 할 때면 나는 입을 닫는다.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왜 책을 읽고 지식을 쌓고, 사람과 대화를 통해 의사를 표현하고 듣고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아는 것은 별로 없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 어렵게 자라오셨고, 오죽하면 군대 휴가 나오면서까지 일을 했다는 어려움을 토로하셨다. 그러면서 공장에서 일하시느라 다친 약지 손가락 상처를 보여주시면서, 너는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며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아버는 자신이 못다 한 공부 열망을 내가 경험하기를 바라신 것 같다. 난 그래서 그런지 최근 책을 읽 적고하면서, 그것을 말하는 재미가 있다는 경험을 한다. 다 부모님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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