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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Oct 07. 2023

산에 오르는 것 vs산을 바라보는 것

창문을 열고 산을 바라봤다. 북악산 산봉우리 보며, 몇 해 전 저 높은 산자락에 올라간 기억이 다. 왜 그랬을까. 내 방 창문에서 편안하게 보이는 저 산을 왜 그리 고생하면서 땀 흘리며 올라갔을.


몸은 한계가 있다. 인간은 한계를 뛰어넘고자 매일 도전하고 실패를 반복한다. 유한한 존재의 인간이 높은 산을 정복하기 위해 죽음을 불살르는 도전을 시도한다. 만약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도전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난 몸도 무리하게 사용하면, 결국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소진되 결과는 당연한 이치이다. 최근 허리 통증을 얻게 되고, 재활치료를 하며 먼 산을 바라보면서, 아플 때는 저 먼산을 바라보는 것이 좋은데, 몸이 건강할 때는 저 산에 오르고자 했으니 말이다. 에너지가 넘치면 좀 비축해 놓고, 에너지가 부족하면 비축했던 에너지를 사용하면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지인을 만났다. 지인은 알고 지낸 지 10년이 된 것 같다. 같은 공간에서 지낼 때는 서로를 이해하고 돕고 했는데, 그 공간을 떠나고 각자의 삶과 리듬이 생겼다. 지인은  동생이지만, 공부만 했고 지금 20대로 삶을 보내는 것 같다. 한창 술을 마시고 놀고 싶어 하는 지인을 맞추다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되었다.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함께한 공간을 벗어나게 되면 각자의 컨디션이 달라 함께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꼈다. 몇 년 전 동네 친구와 만나서 예전처럼 논적이 있다. 서로 각자 상황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이 확고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나가는 것이 제일 좋고, 내 상태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좋음을 뒤늦게 느꼈다.


무리하고 다쳐서 아프면 나만 고생하는 어리석을 깨닫는다. 무리함을 자처한 것도 나이고, 산을 올라간 것도 나이다. 산을 오르고 나면 땀이 나고, 경치를 구경하고,  맑은 공기를 마셔서 분이 좋다. 그러나 나와 맞지 않는 산을 타다 보면 결국 무리하 힘이 들어 하산하게 된다.


그래서 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힘든 높은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보다 내  방에서 산의 경치를 바라보는 것이 더 좋다. 누군가는 산을 오르는 것이 좋은 사람도 있고, 나처럼 산을 보며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은 다 자신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습대로 원하는 것을 하며 각자의 삶을 산다면, 그것만큼 행복하고 건강한 것은 없을 것이다. 산을 타는 것이 좋으면 산을 타고, 산을 바라보고 감상하는 것이 좋은 사람은 그렇게 하면 된다. 그래서 난 산을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적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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