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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Jul 27. 2023

90년대 초등학교 수련회

91년도 인기가요를 들었다. 해바라기 '사랑으로' 노래가 흘러나와 달콤한 추억이 생각났다. 당시 학교 수련회를 가면 첫째 날은 수련회에 규칙과 프로그램을 따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친구들과 어색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날캠프파이어와 폭죽을 터트리며 화려한 막을 시작한다. 강강술래처럼 친구의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다 보면 '이것이 바로 축제구나' 싶다.


레크리에이션 진행자는 촛불을 밝혔다. 한 마음이 되기 위해 촛불을 밝히고, 잔잔한 음악으로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초등학생에게 명상은 쉽지 않다. 분위기를 잡는 것이 어른에겐 익숙하지만 초등학생 입장에서는 그냥 따를 뿐이다. 진행자는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올날에 대한 희망을 갖게 만든다. 초등학생한테는 무리수다. 다음은 친구와 손을 잡으라 시킨다. 고요하다. 여학생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흑흑.


장난기 많은 남학생은 상황파악이 안 되는지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강사는 다 잡은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그는 울음바다로 만들고 싶은 모양이다. 난 흙바닥에 앉아 꺼져만 가는 촛바라보며 흙으로 옆친구의 불을 끈다. 이제 정든 '초등학교를 졸업하는구나' 싶다. 그간 표현은 못했지만, 스쳐 지나간 시간이 소중했다. 가슴이 뭉클하다.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친구를 생각하니 더 그렇다. 잘 가라.   


난 잠에 약하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는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불태웠다. 남은 모닥불의 재가 하늘로 올라다. 촛불 꺼졌다. 강사는 마지막 멘트를 날리며 정리를 한다.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웅성웅성 소리를 낸다. 강사는 다시 얼음장을 놓는다. 장난기 많은 친구들은 더 놀고 싶은가 보다. 끼 있는 친구들은 서로 눈 빛교환을 한다. 난 이제 집에 가고 싶다.


달이 밝다. 우리는 방으로 몰려가 씻는 둥마는 둥하며 방에 눞는다. 옆 친구는 아직 흥분이 가시지가 않은지 더 놀 생각을 하고 있다. 난 지난 추억을 생각했다. 감정이 치달을 때쯤 '이제 집으로 가는구나' 싶다. 수련회를 떠나기 전에는 그렇게 가기가 싫다. 다른 친구와 지내는 것이 어색해서 그렇지만, 막상 놀면 그렇지가 않다.


95년 초등학교 수련회가 끝이 났다. 순식간이다. 집이 보이고, 정든 고향 땅을 밟는다. 헤어짐과 동시에 집으로 향한다. 이제 중학교로 올라가면 다들 볼 수 없을 거다. 이제 서로 갈 길이 다르겠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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