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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Oct 26. 2023

잠은 오지 않았지만, 행복한 밤이었다

일찍이 어딘가 돌아다니고 외출을 하고 바쁘게 지내다 보면 피곤함과 잠이 몰려온다. 그 시절이 있는가 하면 바쁘지 않고 그토록 바라왔던 여유가 생기고, 시간이 넘쳐 나서 그런가 잠이 오지 않는 행복한 밤이 있다.


한 때는 아픈지도 모르고 학업생활을 하다가 결국 자퇴를 했다. 그 뒤 난 잠을 잘 못 잤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꿈을 꾸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컨디션으로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나는 나 스스로 불안감에 휩싸여 어떻게 할지 몰랐다.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있으리라상상하지 못했다.


밖을 나가도 두려움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세상 밖은 나를 두렵게 만들었고, 쉽게 잠들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 나 스스로 지내야만 했다. 외딴섬에 홀로 떨어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고, 높은 언덕을 뛰었다. 친구를 만나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는데, 내 삶에서 홀로 우두커니 서 있어야만 하는 나밤은 외로웠다.


잠을 청하고 생각하기 싫은 기억을 마주하면 난 식은땀을 흘리고 눈을 떴다. 잠을 잔 지 2시간 만에 일어나 다시 잠을 자려고 노력했다. 쉽게 잠이 오질 않았다. 나는 혼자 있다는 것이 심적으로 쓸쓸한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나를 이해하고 다독일 수 있는 것은 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2-3년간은 악몽에 시달렸다. 해결되지 않은 채로 시간만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그 시간을 우연히 문학치료에 대한 강의를 듣고, 책과 글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갖었다. 문학이 치료도 될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과 막연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내 삶을 적어 내려가다가 그간 어디다 가도 말 못 할 말을 글로 적었다. 


나를 돌아보는 일은 늘 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진짜 나는 글에서 마주 할 수 있었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글은 내 인생을 돌아보게 고, 나를 찾고 사랑하는 일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악몽을 꾼 시간 나를 쉬게 한 시간이었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행복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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