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도시락 반찬을 꺼내어 본다
세 명이 모이면, 두 명이 더 모이고 다섯이
되어 기대하던 도시락 뚜껑을 열어 본다
인기메뉴인 스팸과 계란, 소시지를
싸 온 친구는 환영받았고 우쭐했다.
참치캔을 싸 온 친구도
박수를 받았다
난 내 반찬통 뚜껑을 열면
콩자반이나 뱅어포무침, 멸치가
있어 엄마의 정성스러운 반찬이
부끄러웠다.
그 당시 엄마는 음식 솜씨가 없으셔서
음식 연습을 하신 것 같은데,
난 반찬보다 사춘기 시절
친구와의 반찬에서 밀린다는
사실이 더 부끄러웠다.
한 번은 엄마에게 오늘은 햄쌋냐고
물었더니 맛있는 반찬이라며
잔뜩 기대했다.
친구에게 자랑하고 의기양양하게
뚜껑을 열었는데, 또 콩자반과 뱅어포무침
이였다 속았다.
친구의 장난 섞인 웃음에
나는 분노의 젓가락질로 친구들의
햄과 맛있는 반찬을 하나도 남김없이 꼭꼭 씹어 먹었다.
성인이 되어서 지금까지
난 음식투정을 안 한다.
언젠가 음식을 하는 엄마의 튼 손을 보면서
음식은 엄마의 따뜻한 손길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