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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Nov 11. 2023

수능시험과 인생

올해 11월 16일이 수능이라지. 고등학교 시절, 수능이라고 해봤자 난 별로 준비한 게 없어서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준비한 게 많으면 기대도 할 수 있겠지만, 준비한 게 없으면 기대할 게 없는 게 자연스러운 이치다.


우리 집 언덕에 교회가 있다. 그곳에는 농구 골가 있었는데, 동네 친구 넷이 모였다. 한 놈은 이미 수시에 붙어서 대학에 붙었다고 여유가 있다. 부러움을 샀던 녀석은 미리 대학생활을 그리며 걱정부터 했다. 내심 부러웠만, 난 남일 같았다.


집 아래 자주 가던 늘 푸른 분식집에 모였다. 분식집 위치가 각자 집에 중간이었다. 수능 전날이니 하루 전날 공부한다고 되겠냐는 마인드로 모였다. 사장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모여 앉아 각자 얘기를 시작했다. 친구공부를 안 했다고 엄살을 피웠다. 내일 시험에 뭐가 나올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눈치 빠른 치타는  볼 거라면서 넌 공부 잘하잖아 몰 또 괜히 걱정하냐며 웃어넘겼다. 짜식 여유가 넘쳤다. 그 둘에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분식이 더 맛있어졌다.  ㅊ친구 대장노릇을 한다며 야 너는 준비 잘했냐고 물었다. 난 별로 준비한 게 없다. 아휴 찍기라도 잘 찍어라 는 식으로 충고 아닌 충고를 했다. 우스웠다.  대학 붙었다고 여유가 넘쳐 보여. 밥이나 먹자며 말했다.


대학을 붙은 자와 공부 잘해서 대학에 붙을 자와 공부와는 인연이 없던 자에 수능 전 저녁식사는 끝이 났다. 식사를 거의 다 마칠 무렵 잘나고 잘생긴 친구 ㄱ이 왔다. 이놈 나름 공부를 했지만, 취미는 없었다. 준비 잘했냐며 묻자, 내일인데 어떻게든 되겠지. 쿨하게 대답한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파이팅 넘치게 "잘 먹었습니다 어머니" 인사를 했다. 사장님은 "내일 시험 잘 보세요" 라며 인사를 건넸다. ㅊ에게 "얘는 이미 붙었어요" "아 그래요 축하해요" 라며 떠들썩하게 빠져나갔다. 나는 올라가서 농구잠깐 하다가자며 제안했다. 사실 다들 긴장하고 있었다. 어차피 집에 올라가는 길이기도 했다. 다시 집에 내려가야 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는 예상하던 대로 집에 간다고 했다. 여유 있는 자라며 놀다. 놀리긴 했어도 붙은 자에 여유라 말할 수 없었다.


인생을 오르막에 비유한다고 하지. 집에 오르는 오르막이 오늘따라 무거워 농구를 빨리하고 싶었다. 어둑해진 교회에 서성이는 성도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농구공을 잡았다. 다들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해소하고자 뛰어다녔다. 슛을 던졌다. 몇 분이 지나고 숨이 차올랐다. 말은 안 했지만 내일이 수능이었다.


우리는 긴장감이 해소되고 시험 잘 보라며, 내일 끝나고 연락하자며 이제 어른이니 술 한잔 하자고 했다. 같은 아파트 사는 이랑 어색하게 오르막을 올라갔다. 잘 보라며 서로 손을 흔들었다.


수능시험. 인생에 중요한 과정 중에 하나이다. 세상엔 중요한 일은 많다. 그중에 하나인 시험. 인생이 그것으로 끝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냥 늘 하던 데로 자신에 길을 가는 것이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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