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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Nov 19. 2023

수다와 글 쓰는 것은 이것 때문입니다

난 아침마다 말을 하느라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대부분 지난 이야기다. 그다지 중요한 메시지는 없다. 단지, 내가 지난 시간 어땠는지, 누구와 어떤 일이나 생각, 감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다.


내 감정과 생각을 그 상황에 다 전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래서 정리를 하느라고 지난 이야기를 한. 말하다 보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한 시간 이상 이야기하면, 에너지가 빠다. 차라리 그 시간에 글을 적는다면 오히려 났을지 모른다. 글을 적다 보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뭔가 생각해 본다. 사실 말하고자 하는 건 '나 어제 슨 일 있었는데, 내 감정은 어땠고, 내 생각은 이랬어'라는 식이다. 글을 써놓고 보면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다.


말은 내뱉고 나면 그뿐이다. 중요한 말도 아니고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그러나 글을 적으면 다르다. 적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눈으로 확인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음을 느낀다. 어쩌면 그냥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말을 하고 싶었는데, 뭔가 바로 말을 못 해서 답답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거 말이다. 듣는 대상이 있어도 듣지 않는 다면 답답할 따름이다. 대상이 잘 들어주지 않으면, 결국 답답한 마음만 증폭될지 모른다. 혹 대상이 없어서 혼잣말을 한다면 어떨까.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난 대학시절 기숙사에서 생활을 했는데, 주말에 혼자 있으면 한편으론 좋으면서 다른 한 편으론 심심할 때가 있다. 그러면 그냥 집에 갈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 한 대를 피거나 친구에게 전화나 문자를 보내면 여자 친구가 아닌 이상 호응 별로다. 대충 이렇다 "뭐 하냐" "집"


인간이라면 외로움을 느낀다. 답답하기도 고 그럴 때 누군가 찾거나 수다를 떨고 나면 속이 풀리는 것 같다. 나를 공감하고 이해해 주는 상대가 있음에 말이다. 그러나 나를 공감하는 상대는 아쉽게도 별로 없다. 다 각자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나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건 나이다. 그런 나를 되돌아보고 수다를 떠는 쉬운 일은 글쓰기다. 어쩌면 우리가 수다를 하고 글을 쓰는 것은 내가 공감 위로받고 싶은 것은 아닌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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