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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Dec 13. 2023

잘 잊어 먹어서 정리가 안 돼요

계획표를 세워 볼까요

나는 늘 가던 길로 간다. 잘 가지 않는 길은 몇 년간 고민하고 가다가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돌아선다.  그러게 돌고 돌아 다시 제 자리에 왔다.

젊음의 거리 혜화동 햄버거 집에 왔다. 2층에는 넓은 유리창과 사람들이 보이는 공간이 있다. 구석진 공간에 자리 잡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꺼내어 보다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싶어도 영화를 보기가 싫었다. 집중이 잘 안 되어서 그냥 창밖에 로터리에 돌고 도는 차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인생도 저렇게 돌고 도는 것인가. 익숙한 거리를 벗어나 삶일탈하고 방황하며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인생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써가면서 최근 내 삶을 조명하며 글을 써보기도 하고 발버둥을 쳤지만, 균형을 잃었다.

옆 테이블에 12명 정도 모인 남녀 중학생들은 쉴 새 없이 간식을 먹으면서 말을 한다. 정말 자유롭다. 사춘기 시절,  고민은 했어도 어떻게 인생이 굴러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 좋은 일 아닌가. 대충대충 하고 또 다음 거 하고 친구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해야 되는데, 이걸 하지 않고 또 한 가지만 몰두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게 아침에 일어나서 자신의 일을 하기도 하고 밥도 먹고, 대화도 하고, 취미도 생활도 하,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어디 하나에 몰두하다 보면 거기서 헤어 나오지  할 때가 있다. 그러다가 몸이 아프면 '아 이건 아니지' 하면서 잠시 놓아두고 정리를 하게 된다.

오늘 방 안에서 멍하니 창 밖을 쳐다봤다. 밖에 나가고 싶은데 밖에 나가지 못해 답답해서 창문을 열어놨다. 밖에 나가고 싶으면 나가면 되는데, 모 하러 그렇게 나 스스로를 몰아세워가며 살아가는지. 언제는 밖에 나가기 싫다고 하고, 또 이제는 밖에 나가고 싶다고 하니. 참 사람 마음이라는 게 수시로 변한다.

밖에 나가서 멍하니 구경하고 노래를 듣고 앉아 있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정리가 다. 정리가 안되어 있다는 것은 단순히 방도 아니고 수염과 얼굴뿐만 아니라 내 상태를 대변하기도 한다. 난 원래 계획형이 아니지만, 방에 계획표와 할 일을 적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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