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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Jan 10. 2024

미안하고 감사한 이야기

'소행성책쓰기워크숍' 세 번째 이야기

미안하고 고마운 이야기가 있다. 눈이 와서 그런지, 가는 길에 얼음이 있 조심스레 걸어갔다. 깊은 숨을 내쉬고, 입김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작고 행복한 소행성으로 가는 길은 익숙하고 낯선 곳이다. 학창 시절, 친구집에 놀러 가는 익숙한 곳이다. 성북동 골목길에 미용실, 조용한 찻집, 빨간 벽돌집의 철물점, 40여 년 옛날 중국집, 옹기종기 모인 한옥을 지나 소행성이 있다.

며칠 전, 수업 5분 전에 도착한 난 소행성 한옥문을 열고 들어 갔다. 마당에 작은 나무 한그루와 여러 장독대가 손님을 맞이할 집주인의 마음을 대변하는지도 모른다.  네온사인 보다 환한 빛에 담긴 한옥거실에 낯선 사람들이 있다. 편안함과 위트가 넘치는 편선생님과 마음 따뜻한 윤선생님까지 말이다. 문을 열고 모여 계신 선생님들 사이로 난 죄송한 인사를 하고 앉았는데, 자리 배치가 바뀌었다. 아팠다던 동기 선생님은 선물이라나누면감사 인사를 전하는데, 늦은 저녁 배고플까 학생을 생각하면서 먹거리를 준비하셨던 윤선생님 샌드위치를 준비하셨다. 갑자기 쌍화탕은 어떠냐고 하시면서 쌍화탕을 싸줄까라는 배려 넘치는 말에 난 쌍화탕의 기억이 지나갔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감기가 걸리면 엄마가 쌍화탕을 내놓았는데, 난 쌍화탕이 뭔지는 몰랐어도 몸에 좋은 거라는 엄마의 말을 기억했다.  윤선생님에게 난 아 예예라고 대답했는데, 어떤 걸 정확히 말하지 않아 헷갈려했던 윤선생님에게, 세심하게 살피신 편 선생님의 낮은 음성이 들렸다. 여기서 마신 신데.라는 말씀으로 '살짝 웃긴 글이 잘 쓴 글입니다.'라는 책의 저자이시기도 한 위트가 넘치신 편 선생님 수업이 시작됐다.

책을 쓰는 것은 몸과 마음을 다독이고,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하게 써야 한다던 편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어쩌면 글을 쓰고 책을 쓴다는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삶을 살아가고 살아내는 선생님들의 이야기에서 난 또 배웠다.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이다. 편 선생님과 윤선생님도 그 일상을 일기처럼 기록하고, 정리하면서 내용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이유인지도 모른다. 다소 처음 수업보다 무거운 한숨소리가 나왔지만, 편 선생님과 윤선생님의 격려로 모두 용기를 얻는다.  

허락 없이 사진을 촬영한 것에 대해 선생님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감사의 인사를 올리면서, 수업이 끝나고 난 먼저 마당에 나와 장독대에 그려진 그림과 메모를 보면서 소소한 행복이 느껴졌다.  가지를 뻗은 나무가 겨울에도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관심일지도 모른다. 순간, '순자'라는 고양이가 밤늦게 외출하려 하다가 윤선생님에게 걸려 목소리가 들린다. "순자 또 나간다. 순자 잡아야 돼."라는 말씀에 마당에서 그 소리를 듣던 난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낮게 기어가는 순자 앞을 막아섰더니 다시 방으로 돌아간다. 윤선생님은 멀리 못 나간다고 하신 말씀에 인사를 드리고, 편 선생님은 짧은 안부의 말씀을 전하신다.


"얼음조심해서 가세요."


옹기종기 모여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서로를 응원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동기 선생님과 이런 말을 나누었다.


"선생님이 쓰신 이야기 좋은데요."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https://brunch.co.kr/@savvyoon/670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2/08/13/QDK3FGRSKZEE5EP3BUJIFMZY7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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