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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May 26. 2024

삶은 불편한 일이다

불편한 진실

삶은 불편한 일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서 세수를 한다. 얼마나 불편한 일인가. 아기 때는 누군가 씻겨주고, 어린 시절에는 씻든 말든 상관도 안 했다. 혼자 있으면 누가 볼 사람이 없으니 좀 더러워도 상관없는데 말이다.

매일같이 식사를 한다. 규칙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우선 먹고살아야겠다는 욕구가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 숟가락을 들고 먹을 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음식을 씹을 이가 튼튼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소화기관이 튼튼해야 하고, 배출해야만 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해야만 하는 귀찮은 일이다. 음식도, 매일 먹는 밥이 지켜 우면 라면으로, 라면이 지켜 우면 다른 재료를 추가해서 먹거나, 그것도 지 우면 라면을 끊고, 밥을 시 먹는 패턴을 바꾸는 불편한 일이다. 거기다가 나이가 들면 건강한 식습관으로 바꿔야 하니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마시는 술도 그렇다. 술을 처음 접하면 취기가 오르고, 객기를 부리면서 주량을 넘기도 하고, 오바이트도 하고, 숙취에 달려 일정에 지장을 준다. 술 마시고 불편한 일을 반하면, 다음 날 함께 마셨던 친구들과 술이 덜 깬 상태로 다음은 안 마시겠다고 다짐하지만, 여전히 술을 마시는 불편한 일이다.  술도 소주는 역하고, 맥주는 차고, 소맥은 많이 마시면 가는 길이 고통스럽다. 이런 불편한 일을 하고 나서야 주량을 알아채고, 막걸리를 한잔하지만, 그것도 컨디션에 따라서 가끔 마신다. 술도 자주 마시면 지겹고 다음 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불편한 일이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어떤 인간은 자기 잘난 맛에 산다. 누가 뭐래도 자신이 하는 말이 옳다 하면, 남의 말을 안 들으니 불편하다. 또 어떤 인간은 이상하다. 남들이 하는 것을 하기 싫어하고, 혼자만의 길을 걸어가니, 신기하긴 한데 유별나서 불편하다. 어떤 인간은 다 괜찮다고 하는데, 개성이 없으니 뭐가 좋은 지 알 수가 없어 불편하다. 어떤 인간은 매사 전투 적여서 싸우려 들고 논리적으로 따져 드니 유연함이 없어서 불편하다.

살다 보면 매일 먹는 밥, 가끔 마시는 술, 인간관계가 불편할 때가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나오는 사람처럼 산속에서 혼자 살거나, 산속에서 사는 스님이나 침묵 속에 사는 수도자나, 혼자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함이 적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태어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는 모르기 때문에 편하다. 부모가 해주는 밥을 먹고, 씻겨주고, 어떤 아기가 옆에 있어도 개의치 않으니 말이다. 가끔은 모르는 게 편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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