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가게 앞에서 있었다.
저녁시간이 다되어가는지
위층에 영어학원과 미술학원에서
나오는 초등학생을 반기는 아주머니가
나온다. 간식 먹고 가라는 엄마와
학원에 맡기고 오겠다는 엄마,
학원 끝난 딸이 신이 나서
엄마에게 몸을 흔들며 말을 한다.
엄마도 신이 난 것을 보면
모녀는 닮는 것인지 모른다.
허리가 90도 가까이 구부러진 할머니가
땅을 보며 뒷짐을 지고 봉지에 무엇을 든 채로
힘겹게 걸어가는 모습에 세월에 무게가 느껴진다.
잠시 뒤 힘에 겨우셨는지 가게 앞에 앉아
휴식을 취하신다. 하얀 머리에 힘이 빠진 채로
서 있는 모습에 다시 힘을 내어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걸음을 재촉하는 것에
살려는 의지로 살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살아지니 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물음에
산다는 것은 알 수 없는 모호함과
신비로운 삶에 다양한 모습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