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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Jun 29. 2024

꿈은 일상에 숨겨져 있다

feat. 달과 6펜스, 서머싯몸 저

2002년 월드컵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던 해였는데, 대한민국 축구 국가표팀은  4강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히딩크 감독의 지휘와 박지성의 극적인 골로 밤을 새우며 환호성을 질렀다. 붉은 악마의 12명의 응원 단이되어 붉은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향해 시청 앞으로 나아갔다. 거리에는 응원을 하기 위해 차량의 경적소리와  나팔 소리 울려 퍼졌다. 경기장에는 플카드가 펄럭이면 "꿈은 이뤄진다"라고 쓰였던 기억이 난다.

달과 6펜스 책에서는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금융중개인이 있는데, 가정을 돌보다가 돌연 화가로 살기 위해 떠난다. 그의 부인은 화가가 된다는 말에 단념한다. 스트릭랜드는 프랑스에 머물면서 더크라는 동료 화가와 지내는데, 아프고 병들고 돈이 없는 상황에서  허덕인다. 우여곡절 끝에 스트릭랜드는  여전히 화가로 삶을 산다. 돈도 명예도 다른 누구도 관심 없는 오직 예술의 혼을 담아 그림을 그린다. 년에는 남태평양 외딴섬에 살고 앞이 안 보여도 그림을 그린다.


시대적인 상황이 다르겠지만, 결혼한 남자가 가장으로 의무를 다했으니,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겠다고 뛰쳐나간다. 돈이 있어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닌, 이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과 방황을 하며 방랑자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수염도 몇 날 며칠을 안 잘라도 되고, 머리카락이 길어도 되며, 지저분한 옷을 입고 다녀도 상관없다. 그냥 되는대로 살고, 밥을 주면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며 더럽다고 해도 상관없는 자유를 리고 싶을 뿐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삶. 물론 결혼을 한 사람 중에 부인의 관대함 물론이거니와 경제적으로 알아서 돌아가고, 상대를 배려한다면 복을 받아 누릴 수 있을지 모른다.

싱글이면 가능한 일일 수 있다. 부양가족이나 먹여 살릴 처자식없고, 벌어 논 이 있거나 혹은 돈이 없어도 살 수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사회생활을 일찍 은퇴해 제2의 인생을 살고자 또 다른 직업을 갖고, 용돈 벌하면서 욕심 없이 유유자적하는 삶을 살 수가 있다. 책을 본다거나 며칠 면도 안 해도 누가 볼 사람도 없고, 글을 적어도 되고, 그림을 그려도 되고, 게임을 해도 되고, 휴식을 취해도되며, 운동을 해도 상관이 없다. 밖에 나가고 싶으면 나가도 되고, 산책을 해도 되고, 어디를 떠나도 되고, 돌아와 쉬다가 배고프면 밥을 먹어 되고, 안 먹어도 상관이 없다. 


몇 년 전  파푸아뉴기니에서 개월 지낸 적이 있다. 오지 산골마을인데, 돈도 여벌옷도 필 . 약과 옷, 선글라스만 챙겨 소형비행기를 타고, 아래를 보니 산과 구름 밖에 없는 곳을 내달렸다. 트럭을 타고 6시간 이상을 산길을 달려 도착 곳은 강원도 깊은 산속 같은 쿠두부호수에 도착했다. 아침에 일어나 자욱한 안개와 산 아래 호수가 보이고, 몇 개 안 되는 원주민 집이 보였다. 작은 마을에는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고, 멍한 상태로 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석하고, 돌아와 차를 마시담배를 피우고, 할 일없이 방에 있다가, 밖에 나가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몇 개월 동 안 머리 수 길러 지저분하고 더럽혀지는 삶이 오히려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한낮에 내리쬐는 태양은 몸전체를 까맣게 타들어가 현지인 별반차이가 없었다. 잠을 자고, 찌그러진 농구공을 갖고 동네 아이들과 농구를 하고, 청년들과 카누를 타고 섬과 섬을 이동하면서 낚시를 하고 음식을 나누며 담배를 피곤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아무 생각 없이 산속에서 비를 맞고 마을 청년과 축구를 하는 자연인처럼 살았다.


자유가 무엇일까. 도심의 각박한 일상에서 빠져나와 여행을 하고 자유로운 삶을 찾아 떠나갔다. 그곳의 여행을 마치고 몇 개월 뒤, 지저분한 모습으로 한국에 돌아갔는데, 여전히 서울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일상을  떠나 자유롭게 살고 싶었지만, 일상을 벗어나 살아갈 수는 없다. 자율 안에 자유가 존재하고, 이상으로쫒아가 돼, 현실은 늘 일어나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일을 하고, 돈을 벌, 휴식 속에 살아가야만 한다. 어쩌면 두 다리는 땅에 딛고 살고, 시선은 하늘을 향하되,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또 살아내고 적당히 아픈 만큼 견뎌내는 것이 어쩌면 그것이 자신의 꿈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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