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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Jul 13. 2024

승패보다 멋진 경기를 원하는 시대

ft. <동물농장> 조지오웰 저

알라딘에서 중고책 몇 권을 샀다. <동물농장> 책의 마지막장에는 거창한 질문 같지만,  중요한 물음이기도 하다. 글을 왜 쓰는지에 대한 설명인데, 식을 알리고 싶고 여러 가지 목적을 갖고 글을 적는 이유서다. 할 말을 다하고 산다면 굳이 글을 적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조지오웰 <동물농장> 책에서는 당시 소련 공산주의 상황에 대해서 풍자적으로 글을 적었다. 인간이 울타리 안에 이유를 찾고 있는지 모른다.

텅 빈 집에 배가 고팠다. 냉장고를 봤는데, 마땅히 먹을 것이 없었다. 치킨을 시켜 생맥주에 소주와 함께 오랜만에 한잔할까 하다가 고물가 시대니, 서민이 무슨 접었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선뜻 손이 가질 않아,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김치볶음밥을 해 먹었다. 울적해서 스피커에 울려 퍼지는 2024년 부산록페스티벌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무심히 바라본 창에는 산 넘어 저녁노을과 핑크빗으로 물든 뭉게구름, 동네 산자락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동네전경사이로 저 멀리 한 길을 내어 신호 대기하는 버스, 몇 년 전 함께 올라갔던 성곽 달동네 모습이다.


<삼시 세끼 어촌 편>에서 배우 유해진, 차승원 요리를 한다. 혼밥을 하는 요즘시대에, 자신의 이야기만을 펼치는 시대에, 식사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비록 값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정성스러운 요리다.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으면, 사는 것이 별 것 있나 싶은 생각에 웃음이 난다. 가진 것은 다르지만, 나눠 갈 때 비로소 식탁 음식이 더 풍요로워 짐을 깨닫다.

언젠가였다. 배가 고파 힘들어 가진 것도 없고, 방에 음식도 없었다. 책을 펼쳐 생각에 생각을 하고 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었는데, 누군가 카스타드 빵을 하나를 건네고 갔다. 문을 닫고 의자에 앉는데, 이게 무얼까 생각했다. 그런데 옆방에 있는 친구가 배가 고프다는 것이 생각이 나서 빵을 먹고 싶었지만, 이내 달려가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이 빵 뭐냐고 묻는다. 그래서 받은 빵인데 나누는 거라고 말하자, 달갑지 않은 말투로 고맙다고 인사를 다.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요즘 방영하는 <최강야구>에서 은퇴한 선수는  멋진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아마 선수는  집중하며 배워나간다. 언젠가 김성근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은 은퇴해도 프로. 여러분이 제대로 안 하면 여기 있는 200명 되는 사람들다 밥 먹고 사는 거 어떻게 하나?" 그 말을 듣고 있으니, 왠지 감정대로 치우치지 말라는 것처럼 들였다.  

사회가 그렇듯이 경쟁을 통해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요즘은 경기승패보 멋진 경기를  원하는 시대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가진 것으로 나누고,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이야기로 풍요롭게 한다면, 식탁이 풍성해지고 그것이야 말로 사람 사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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