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 2학년 때였다. 내가 꿈꿨던 회사에서 여름 인턴십을 하고 학교로 돌아온 선배가 있었다. 너무 부러웠다. 합격의 비결을 물어보기 위해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 회사에 합격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커피챗부터 시작하세요. 커피챗 횟수와 서류 통과 확률이 비례해요."
미국 기업의 채용 시스템에 관한 한 가지 비밀을 알려주었다. 물론 모든 기업이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지원하는 회사/부서의 Analyst 혹은 Associate, 즉 1차 서류 통과를 결정하는 실무자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고, 만나본 적이 있는지가 서류 전형 합격 가능성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이었다. 즉, 채용 테이블에서 내 이름이 얼마나 자주 거론되느냐가 당락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qualification 은 갖췄다는 전제 하에).
그분의 조언을 듣고 커피챗을 정말 많이 했다. 해보니 왜 회사에서 이걸 중요하게 여기는지 조금씩 이해가 됐다. 커피챗을 잘하는 사람은 3가지 정도의 역량이 검증이 되는 것 같다.
1️⃣ 서류상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Soft Skill의 검증
커피챗은 보통 15~30분 정도 진행한다. 이 짧은 시간 안에 피상적인 대화를 넘어, 깊고 의미 있는 대화로 이끌어야 한다.
상대방이 커피챗 이후에 사무실로 돌아갈 때, 기분 좋은 옅은 미소를 띠며 돌아가게 만든다면 대성공이다. 이건 단순한 정보 전달의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내가 얼마나 좋은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풍성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지 Soft Skill 역량의 문제이다.
2️⃣ 영업 역량의 검증
커피챗 성사는 한 번의 요청으로 끝나지 않는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의 연락 끝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커피챗을 성사시키기 위해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같은 학교 출신, 비슷한 직군, 관심사, 한국인 커뮤니티 등 하나라도 어떻게든 공통점을 찾아내야 회신율이 조금이라도 올라간다.
커피챗을 위한 콜드 이메일이나 메시지의 회신률을 높이는 노력은 매출과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영업 스킬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3️⃣ 메시지 역량의 검증
크고 좋은 회사에 다니는 분일 수록 수많은 커피챗 요청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 분이 내가 보낸 메시지/이메일을 읽고
'오, 이 사람은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메시지 작성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나 자신을 짧고 명확하게 소개하고, 상대방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글쓰기는 큰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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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워낙 네트워크와 레퍼런스를 중시하는 만큼, 커피챗이 채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최근 커피챗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떠신가요? 커피챗이 채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