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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말하자. 적게 말하자. 또박또박 말하자.

by 빈센트

말을 적게 하더라도 천천히, 또박또박 하는 것이 말을 빠르게 많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어릴 때부터 이게 잘 되지 않았다. 부산에서 자라 사투리가 심해서인지 말을 빠르게 또박또박 잘하지 못했다. 웅변학원까지 다녀봤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빠르게 말하면 혀가 꼬이거나 발음이 뭉개지는 일이 많았다. 지금도 긴장하거나 급한 상황에서는 말이 빨라지고 발음이 부정확해지는 습관이 나온다.


최근 새 업무를 맡으며 외부 미팅이 많아졌다. 특히 회사의 서비스를 소개해야 하는 자리가 늘었다. 처음에는 긴장한 탓에 준비한 내용을 다 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말이 빨라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음이 뭉개지고, 얼버무리는 말도 많아졌다. 이러면 듣는 사람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대방의 반응이나 표정보다는 내가 준비한 내용을 다 말해야 한다는 것에 집중했던 것도 큰 실수였다.


외부 기관과의 미팅은 단순히 정보를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자리가 아니다. 서로의 니즈를 확인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는 자리다. 이제는 최대한 많이 듣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질문을 던지려고 노력한다. 일방적인 소개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이 직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해결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천천히 말하자.

또박또박 말하자.

적게 말하자. 대신 더 많이 듣자.


이 3가지만 지켜도 미팅이 일방적인 피치(Pitch)가 아니라 쌍방향의 대화(Conversation)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면 미팅의 결과도 자연스럽게 더 좋아지지 않을까. 결국 모든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은 '상대방과 얼마나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었느냐'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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