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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명확히 보이는 게 항상 좋은 걸까?

by 빈센트

헬스장에 가면 보통 런닝머신을 30분 정도 뛴다. 10분 정도 열심히 달렸는데 아직 '20분 남음' 이라는 숫자가 떠 있는걸 보면 오히려 심리적으로 더 힘들 때가 있다. 반면, 시간을 안보고 음악에 집중하며 달릴 때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있다.


우리는 종종 '미래가 뚜렷하면 덜 불안하고 더 나을 것' 이라고 믿는다. 사주를 보고, 철학관에 돈을 주고 미래를 예측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다 그런 심리 아닐까.

하지만 명확히 보이는 미래가 오히려 피로를 부추길 때도 있다. 확정된 목표, 정해진 수치, 명시된 루트는 우리에게 방향을 주는 동시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거리' 를 각인시킨다. 무한한 삶의 가능성을 하나의 예측으로 제한시킬 수도 있다. 동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하는 순간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삶도 어느 정도는 비슷하지 않을까. 5년 뒤 모습이 선명히 그려지는 삶이 오히려 더 지루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보다는 지금 내 속도를 느끼며, 약간의 흐림과 여백 속을 걸어가는 게 더 숨 쉬기 편한 삶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너무 먼 미래를 바라보지 말고, 하루하루에 집중하라' 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 결국 그게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나를 덜 지치게 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매일같이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함을 느끼고, 가끔은 '이 방향이 맞는 걸까' 하는 생각에 잠 못 이루기도 한다. 그럴수록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한 걸음 한 걸음에 의식적으로 집중하려고 한다. 미래가 잘 보이지 않아도, 아직 멀었어도 일단 하루하루 뛰면 잡생각은 사라지고 어느 방향으로든 앞으로 진보하고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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