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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저희 제품 안 쓰셔도 됩니다"

by 빈센트

B2B 미팅을 하다 보면, 정말 우리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맞지 않는 회사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완전히 니즈가 다르거나, 우리가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일 때도 있다.

예전엔 어떻게든 맞춰보려 했다. 기능을 비틀고, 요금제를 조정하고, 개발팀을 설득해가며 '한번 해보자' 고 억지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렇게 맞춰서 가지고 가도, 결국에는 처음에 맞지 않았던 그 결정적인 부분에서 대화가 계속 삐걱거렸고, 서로 흐지부지 된 채 관계가 끝나버렸다.

그래서 요즘은 그러한 상황일 경우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시다면 꼭 저희 제품 안 쓰셔도 됩니다.
지금 말씀하신 니즈라면 오히려
A 회사나 B 회사 제품이 더 잘 맞으실 수 있어요."

물론 전제 조건은 해볼 때까지 정말 해볼거 다 해보고, 충분한 대화를 나눠 보았는데도 우리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방향성과는 너무 달라서 도저히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을 때라는 가정이 바닥에 깔려있다.

세일즈 담당자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처음엔 두려웠다. 매일, 매월 떨어지는 KPI를 맞춰야하는데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태도가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만드는 것 같다. 진짜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해줄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태도. 그게 설령 우리가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런 대화를 나눈 분들이 며칠 뒤 "이번엔 아쉽게도 안 맞지만, 링글과 잘 맞을 것 같은 다른 팀이 있는데 소개해드릴게요" 라며 또 다른 기회를 연결해주시기도 한다.

"Don’t try too hard to sell."
이 말이 요즘은 이렇게 들린다.

일방적으로 팔려고만 하지 말고,
고객의 문제를 먼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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