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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기장이 너무 동정적이어서는 안 되는 이유

기장이 너무 동정적이 되어서도 안 되는 이유

어제 다녀온 몰디브 공항에서 2년 전 있었던 일입니다. 착륙 후 승객들을 내려드리고 다시 나가는 승객들을 태우고 돌아오는 '턴어라운드' 비행이었는데 주기장에 세울 때 보니 제 옆에 Q 항공사의 330이 주기되어 있더군요.

승객을 태우느라 분주할 시간인데 STAIR CAR도 연결이 안 되어 있어서 조금 의아했는데 곧이어 올라온 정비사가 입이 간지러웠는지  

“기장님 옆에 330이 어제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못 나가고 있어요.”


정비사 말에 의하면 어제 오후에 이륙했던 이 330은 운 없게도 이륙 직후에 환자가 발생해서 바로 비상을 선포하고는 몰디브 공항에 돌아와 비상 착륙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만 너무 서두른 나머지
‘하드랜딩’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다행히 환자는 병원으로 바로 이송했지만, 항공기는 AOG(AIRPLANE ON GROUND) 즉 비행 불가능 상태가 되어


모든 승객을 다시 호텔로 보내고 항공기는 추가 검사를 하느라 아직 그곳에 남아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착륙 시 HARD LANDING으로 구분되는 G 제한치는 항공기마다 조금 다르지만, 에어버스와 보잉기종을 모두 타본 저의 경험으로 볼 때,


보잉보다도 AIRBUS의 G 제한치가 좀 더 엄격합니다.


아무튼 조종사는 이륙 직후에 승객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바로 항공기를 돌려 최대한 빨리 내리기 위해 아마도 FUEL JETTISON 없이


OVER WEIGHT 또는 OVER WIEHGT에 근접한 무게로 착륙을 시도했을 겁니다. 그러다 너무 서두른 나머지 하드랜딩을 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 결국은 데이터에 나타난 그 당시 G 값에 따라 조치가 다르겠지만, 종종 에어버스는 항공기를 프랑스 툴루즈까지 페리비행(승객 없이 이동시키는 것) 해 오기를 요구합니다.


이런 경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에어버스 본사인 프랑스 툴루즈에 도착해서 심할 경우 양쪽 메인 기어 BOGEY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면,


항공기 수리비로 수백억 원 또는 최악의 경우엔 항공기 동체 기골에 손상이라도 발생한 경우에는 항공기를 폐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기장으로서는 환자를 구하려는 선의에서 최단 시간에 항공기를 돌려 서둘러 내리려다 오히려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 낸 사례입니다.


그래서 늘 MEDICAL EMERGENCY가 발생하면 조종사들은


‘서두르되 너무 서두르지 않으려’ 노력을 합니다.


항공기는 평상시보다 무겁고 속도 감속도 어렵습니다. 이어서 접지 직전 강하율도 깊어서, 평소 익숙한 착륙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하드랜딩 하기 딱 맞는 조건입니다.


에어라인 부기장들을 위해 좀 더 기술적으로 위 상황을 설명해 보면,


접근 강하율이 1000 FPM(Feet Per Minute)을 넘는 경우가 생길 때, 이때는 활주로 상공 100피트 이하에서 귀로 참조해야 할 ‘RADIO ALTIMETER CALLOUT’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깊은 강하율을 경고하는 GPWS “SINK RATE” 소리에 파묻혀서, 100,50,40, 30,20,10 피트 고도 콜 아웃이 나오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때 조종사가 당황한 나머지 FLARE 고도를 놓쳐 하드 렌딩을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마지막 200피트 이하에서 그간 유지하고 있던 강하율에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존의 강하율이 1000 FPM 근처일 때, 터뷸런스 등으로 순간 높아진 경우에 바로 피치를 눌러 수정하려 들면 십중팔구 “SINK RATE” Aural 경고가 발생하고 이 소리가 RADIO ALTIMETER CALLOUT 을 가립니다.


이런 상황에 들어가면 교관이 아니라 그 할아비라도 플레어 시기를 놓쳐 하드랜딩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만드는 조건들로는


높은 해발고도의 공항
최대 착륙 중량이거나 OVER WEIGHT착륙
배풍 착륙
ISA DEVIATION이 큰 높은 온도에서의 RNAV 접근
깊은 강하 각을 요구하는 ILS 나 RNAV APPROACH
접지 전 기류 불안정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조금 멀리 터치다운하더라도 일정한 강하율을 유지하는 것이 1000 FPM에 근접한 깊은 강하율의 착륙 시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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