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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승무원들의 은밀한 휴식공간

오늘은 승무원들이 휴식을 하는 공간 CRC(CREW REST COMPARTMENT)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요?

우선 777이나 380 정도 되는 장거리 비행 (최소한 9시간) 이 가능한 항공기에 CRC가 장착이 됩니다. 그렇다고 모든 777에 CRC가 붙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로 중단거리를 염두 해 두고 777을 구매하는 항공사라면 굳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무게도 더 나가는 불필요한 휴식공간을 추가할 필요는 없겠죠.  

이와 더불어 대부분 항공사는 조종석 바로 뒤에 조종사의 휴식을 위한 별도의 화장실 크기보다 조금 큰 별도의 COCKPIT BUNK를 둡니다. 대한항공이 대표적이죠. 그래서 대한항공에서 조종사들은 COCKPIT BUNK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아니면 1ST CLASS에서 휴식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제가 있는 항공사 같은 경우는 CRC가 있는 777의 경우에는 조종사들도 CRC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일등석 좌석을 따로 주지는 않습니다. Cockpit Bunk도 달려있지 않습니다.


처음 이곳으로 JOB OFFER를 받았을 때 걱정했던 부분의 하나가 CRC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사직이 가까운 어느 날 사무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지상에서 CRC를 입사 8년 만에 처음으로 구경하러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입구는 REAR GALLY 쪽에 출입구가 보통 숨겨져 있고요. 그래서 승객들이 화장실인 줄 알고 출입하지 않도록 잘 표가 안 납니다.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면 좌우로 5개씩 10개의 CREW BUNK 침대가 커튼이 드리운 상태로 위치합니다. 우선 상당히 비좁습니다. 이제부턴 허리를 굽혀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코노미 클래스 위쪽 승객들 머리 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물론 객실처럼 창문은 달려 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잠수함 속 승무원 휴식공간과 매우 유사합니다. 물론 잠수함보다는 누었을 때 여유공간이 더 있습니다.


이 안에는 개인용 IN FLIGHT ENTERTAINMENT SYSTEM이 승객의 좌석처럼 장착이 되어 있어서 영화 시청도 가능합니다.
각 BED마다 수면을 위한 PILLOW와 BLANKET 등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사실문제는 유니폼을 파자마로 바꾸어 입을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CRC에 오기 전에 화장실에서 환복을 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CRC내에서 눈치껏 커튼을 드리우고 갈아입습니다. 객실 승무원들도 있다 보니 조금 민망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처음에만 그렇고 요즘은 커튼으로 가린 BUNK 안쪽에 앉아 발만 커튼 밑으로 내민 채 요령껏 갈아입습니다. 서로 예의를 지켜주면 불편하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실 객실 승무원이나 조종사 중에 자신이 폐소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 채 입사한 사람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단거리 중형 항공기를 타기까지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CRC를 어느 날 갑자기 올라와 길게는 7시간까지 잠을 청하다 보면 자신도 알지 못하던 불안장애를 겪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 문제로 사직을 한 부기장을 본 적도 있고요.


또 다른 문제는 키가 아주 큰 사람들의 경우 누었을 때 다리를 구부리고 있어야 할 정도로 비좁다는 점입니다. 이점도 키다리 조종사들에게는 고통스럽죠. 역시 이문제로 사직을 하고 CRC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아도 되는 대한항공으로 회사를 옮긴 기장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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