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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이집트에어 납치사건

2016년 3월 29일에 발생한 이집트 에어 181(MS181)의 공중납치는 여러모로 특이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이집트 서부 알렉산드리아(HEBA)에서 56명의 승객을 태우고 이륙한 A320 항공기는 목적지인 카이로(HECA)에 도착 직전 몸에 폭탄을 두른 범인에 납치되어 키프로스의 라나카(LCLK) 공항으로 기수를 돌립니다.

라나카는 연료가 부족했던 기장과 납치범 간에 극적인 타협으로 결정된 것으로 원래 납치범이 원했던 곳은 그보다 멀었던 그리스의 아테네였다고 합니다. 다행히 그를 설득해 라나카로 기수를 돌렸지만, 여전히 연료는 마지막 착륙 때까지 조종사들이 납치범의 폭탄보다도 더 걱정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착륙 당시 양쪽 탱크에 남은 연료의 합이 채 1t이 안되었다고 하니 비행 중 조종사들은 사실 폭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겁니다. ㅎㅎ  

지도를 보면 라나카는 이집트 북쪽에 있고 그 동쪽에는 이스라엘, 베이루트, 시리아 등 만만치 않은 나라들이 보입니다.
조종사들은 특이하게도 공중 납치 직후 통상적인 7500 공중 납치 코드를 선택하지 않고 그대로 라나카로 직행했습니다. 이스라엘 영공과 가까워 자칫 이스라엘 전투기나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될 상황을 염려한 결정이었다고 후일 증언했습니다. 미국의 911 이후, Hijack 테러에 특히 민감해졌을 이스라엘을 고려할 때 이는 적절한 임기응변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라나카와 최초 교신에서 피랍상황을 알리고 착륙허가를 요구하자 라나카 관제소는 착륙을 불허합니다. 통상 피랍기가 자국에 들어와 공항이 폐쇄되는 소동을 원치 않는 공항 관제소의 일반적인 대응이기는 했지만, 문제는 피납된 320 항공기에 연료가 바닥나고 있어서 다른 곳으로 회항을 고려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야사이긴 하지만 이때 이집트 항공의 CEO는 대통령궁에 연락해 사태의 위중함을 설명하고 이어 그 짧은 순간에 이집트 대통령과 사이프러스 대통령 간에 핫 라인이 연결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극적으로 두 대통령 사이에서 합의가 이루어지고 피랍 항공기는 라나카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하게 됩니다.


또 다른 한 가지 재미난 점은 착륙 후 기장은 테러범을 설득해 모든 승객과 승무원 그리고 기장 자신을 풀어주고 부기장만을 인질로 항공기에 남길 수 있도록 설득해 놀랍게도 받아들여졌습니다.


모든 승객이 안전하게 항공기를 떠난 이후 테러범이 잠시 경찰들과 협상을 하려 객실로 나간 틈을 노려 부기장은 조종실 문을 잠그고 창문을 열고 비상 로프를 내려 탈출에 성공해 320 항공기 납치 상황이 종료됩니다.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고 알려진 납치범은 이후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그리고 그날 그가 몸에 두른 폭탄은 모두 가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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