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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3. 2019

Dear Captain Jay

착륙 중 항공기는 왜 활주로를 이탈하나요?

Dear Captain Jay


안녕하세요! 기장님 평소에 기장님 글을 재밌고 유익하게 보고 있는 독자입니다. 비행에 관해서 질문드릴 게 있어서 메시지 드립니다! 이번에 폭설이 내리는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AA4125편이 착륙 중 스키딩이 일어나 활주로 왼쪽 풀밭으로 오버런 했는데요~

온라인에서 택시나 착륙 중에 미끄러지는 여객기 영상을 종종 보았는데 이에 대한 주요 원인이 무엇이고 이에 대한 대처법이 있을까요?


Captain Jay의 답변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이유는 아주 다양합니다. 그런데 질문은 미끄러운 활주로에서 항공기가 왜 활주로를 이탈하게 되는지에 대한 것이네요.


자동차와 항공기는 방향 컨트롤을 유지하는 것에서 일단 큰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기본적인 물리에서 배우는 마찰에 대한 얘기로 설명을 시작해 볼게요.


우선 자동차의 방향 유지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충분한 마찰이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즉 타이어가 지면과 미끄러지지 않고 밀착을 유지하는 Friction(마찰)이 유지되는 한 미끄러져 사고가 나거나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겨울철 빙판길에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게 되면 타이어가 미끄러운 노면 위를 미끄러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때부터는 자동차의 진행방향은 그간 달려온 모멘텀 즉 관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럼 항공기는 어떨까요? 미끄러운 활주로에 접지한 항공기가 미끄러지는 스키드 현상이 발생한다면, 자동차처럼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이 그저 흘러가는 데로 지켜볼 수밖에 없을까요?

아닙니다. 항공기가 착륙 직후에 방향을 유지하는 방법은 자동차처럼 스티어링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접지 후 항공기 속도가 약 60 나트까지 떨어지기 전까지는, 조종사가 러더를 좌우로 차서 항공기의 수직 꼬리날개를 좌우로 변화시켜 기수의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착륙 직후 고속에서 미끄러져 활주로를 이탈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러면 항공기가 가장 미끄러짐에 취약한 순간은 언제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눈치가 빠르신 분은 이미 짐작하셨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60 나트 이하로 속도가 떨어지면 더 이상 러더 즉 수직 꼬리날개 주변에 충분한 공기가 흐르지 않아서 러더는 방향 조절에 효과가 없습니다.

이때부턴 자동차처럼 전통적인 두 가지 방법, 하나는 좌우에 Differential Brake를 주거나(조종사의 양발은 각기 좌측과 우측 브레이크를 따로 밟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자동차처럼 핸들(스티어링)을 좌우로 돌려 노즈 기어의 방향을 틀어주어 조절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항공기의 바퀴가 자동차처럼 미끄러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 이상 러더의 효과가 없는 저속에서 만약  미끄러짐이 발생해 방향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이제는 비행기도 자동차처럼 어쩔 도리가 없이 그저 관성에 따라 활주로를 흘러나가는 꼴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최후 수단으로 양쪽의 엔진의 출력을 조절(추력과 역추력)해 방향유지를 시도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최후의 수단일 뿐 믿을만한 효과를 기대할 대안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겨울철 빙판길에서 자동차를 운전할 때처럼 미끄러운 활주로에 착륙해 저속에 도달한 조종사는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브레이크와 휠을 돌려 택시를 해야 합니다. 이때부턴 자동차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이런 활주로 이탈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활주로의 미끄러운 정도에 따라 측풍 제한치를 달리합니다. 사고가 발생한 그날 시카고 공항의 활주로는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이 경우 제가 타는 777의 경우 착륙 측풍 제한치는 15 나트입니다.(표면이 마른 활주로에서 측풍 제한치는 45 나트입니다.) 이 이상의 측풍이 부는 경우 미끄러져 활주로를 이탈할 가능성이 커서 착륙이 금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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