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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Dec 15. 2019

Dear Captain Jay

저 같은 사람이 무어라고요..

안녕하세요! 정인웅 기장님의 이번 연도 초부터 페이지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며 많은 힘을 얻고 있는 한국항공대 운항학과에 재학 중인 22살 학생입니다! 기장님의 생생한 수필을 읽으며 때로는 흥분되고 때로는 슬프기도 합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저는 대학교에 들어와 뼈저리게 느낀 것은 우리나라가 항공 약소국이라는 사실입니다. 데이터 상으로는 더 이상 우리나라가 약소국이 아니라고 하지만 전문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항공 관련 지식을 찾아보기만 하면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한국어로 번역 된 항공지식이 다른 항공 강대국에 비해 전무합니다..... 저는 국가의 지식과 힘은 그 나라의 모국어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사합니다. 항공인 으로서 꿈꾸는 한국인으로서. 시간을 내어서 우리 한국어로 이렇게 소중한 글을 써 주시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기장님의 쓰신 글들은 앞으로 더욱더 많은 하늘을 꿈꾸는 이들의 힘과 꿈이 될 것입니다. 지금 제가 힘이 나는 것처럼 말이죠!  두 번째로, 본받을 만한 어른이라는 기준입니다. 누군가의 많은 글을 읽다 보면 그 사람의 가치관의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제가 비록 사회의 경험이 적지만 정말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끌어가는 리더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글에서 저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저의 관점이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공부에 지쳤을 때, 때로는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정말 맞는지 의심이 들 때면 처음부터 기장님 글을 쭉 다시 읽어보곤 합니다.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끼는 관점과 공감되는 부분이 맞물려서 합쳐질 때 정말 행복합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세 번째로, 저의 다짐을 저의 포부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저의 꿈은 ICAO 아시아국 총장입니다. 또는 항공법을 다루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에이 네가’라고 하지만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솔직히 이 편지를 쓰고 나서 보내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제가 주제넘은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하지만 항상 기장님의 올라오는 글을 보고 매번 감사를 느끼고 있어서 마침내 결정했습니다. 저의 자그마한 마음이 기장님이 글을 쓰시는데 조금 더 힘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글 솜씨가 부족하지만 저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올립니다. 항상 즐겁고 안전한 비행 되시길 바라며...


Jay의 답변


이 편지를 받고 신군에게는 미리 별도로 답변을 했습니다.

우선은 많이 고마웠어요. 제가 글을 쓰는 목적과 이유를 다시금 알려주었거든요. 이 즈음에서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늘 갈등하는 제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했습니다. ㅎㅎ


오늘은 두 가지 이야기를 섞어서 해보려고 합니다. 신념과 깨달음에 대해서요. 

우선은 신념에 대해서요. 이 세상에 신념이 없이 이루어진 '역사'가 있었을까요? 그것이 선한 신념인지 거짓된 신념인지를 떠나 이 신념이라는 것이 없이 정말 인간이 어떻게 저 정도의 일을 이루었을까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경외심을 갖게 하는 '성취'가 가능하긴 할까요? 자기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서 이루어 낸 사악한 성취가 그의 사후에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기억되기는 할까요? 

위인들이 이루었던 대단한 성취는 모두 흔들리지 않는 선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이익보다 앞서 그것보다 더 대단한 가치인 다수의 대중을 위한 희생,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이라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신념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 사실 동일한 성취를 이루어 내고 동일한 사회적 위치에 올라간다 하더라도 그 인생의 가치는 훗날 비교가 불가능할 차이를 만들 겁니다. 이런 면에서 자신이 이루려는 목표 또는 자기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할 때 신념이 늘 그보다 앞서서 정립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일찍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이나 고승들은 이 부분을 그분들의 삶과 말씀을 통해 잘 보여주셨습니다.

성철스님이 어느 날 법정스님과 인터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해인사 방장 스님이셨던 이분은 자신을 찾아와 말씀을 듣고 도움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3000배를 시키신 일로 일부 사람들로부터 오만하다는 오해를 사고 있었습니다. 

"스님 3000배를 시키시는 일로 말이 많습니다. 어떤 뜻으로 시키시는 일이신지요?"

스님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습니다. 

"나는 일찍이 내가 남들에게 도움이 못될 사람이라는 걸 알았지.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일부 사람들은 내가 3000배를 시키는 것이 나 성철에게 절을 시키는 것이라고 오해를 해. 그런데 그것이 아니지. 부처님에게 3000배를 하라는 것이지. 그리고 그 3000배를 하는 동안 스스로 깨닫는 것이 생기게 되어 있어."


오늘 성철 스님의 말씀을 언급한 이유는

글이라는 것을 써서 올리며 일면식도 없는 젊은이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어보고 또 나이에 무관하게 여러분들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보니 사실은 제가 여러분을 변화시킨것이 아니라 사실은 글을 읽은 여러분의 마음속에 이미 저와 동일한 삶의 가치와 세상에 대한 이해가 제 글을 읽기 전부터 이미 들어 있었던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성철 스님에게서 답을 구하러 왔지만 3000배를 하는 도중에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답을 찾게 되는 이치와 똑같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저는 단지 여러분들이 바쁜 생활 속에서 잠시 잊었던 가치를 다시금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뿐 결국은 여러분들의 선한 영혼이고 여러분들의 깨달음입니다. 


사실 그간 언제 어떻게 이 얘기를 꺼낼 수 있을까 오랫동안 기다려 왔습니다. ㅎㅎ

"저 같은 사람이 무어라고요.."

며칠 전 댓글에 이 말을 올리신 독자분이 있으셨어요. 이분과는 그간 많은 이야기를 서로 나누어 보진 못했지만 영혼의 빛이 저와 순간 일치했어요.


세상은 밝은 이야기보다는 나쁜 이야기가 더 넘쳐나고 선한 사람보다는 악한 사람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우리의 삶도 "나 정말 행복해!"라고 느끼는 날보다 "아, 나 정말 힘들고 우울해."라고 느끼는 날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불교에서 말하듯 우리의 인생은 '고해(고통의 바다)'가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 Captain Jay의 삶이 여러분들의 삶과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아직 있으신가요? 어린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인생은 끊임없는 자기 확신을 불러일으켜야 비로소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긴 항해입니다. 늘 자기 회의와의 싸음에서 패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독려하고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합니다. 


저의 글을 읽으시며 힘을 얻으시는 여러분. 제가 가지고 있었던 그리고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신념은 저의 신념이 아닌 사실은 지금 여러분의 신념입니다. 제가 찾은 삶의 희열과 사랑은 이제 과거의 그리고 타인의 것입니다. 이제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에게서 배우거나 깨달은 것이 아닌 원래부터 여러분들 속에 들어있던 여러분의 것입니다. 새로이 얻은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성철 스님이 마지막 남기신 말씀이 

"한평생 남녀 무리를 진리가 아닌 것을 진리라고 속인죄가 너무 커 지옥으로 떨어진다."


다행히 저는 한 번도 저의 말이 아직 진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ㅎㅎ 

스님이 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저는 저의 작은 삶을 살 뿐입니다.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답과 진리는 들어 있습니다. 밖에서 얻을 것이 아닙니다. 그 '밖'이라는 것에 저 역시 포함되는 것이고요. 여러분의 '빛(밝음)'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 무어라고요." 


저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입니다. 단지 저 자신을 무지하게 사랑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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