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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Feb 13. 2020

네가 해라 영어공부

사투리 영어에 저항하다

내가 영어라는 녀석에게 애정이라는 것을 갖고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 것이 고등학교 1학년 때였으니 햇수로는 33년이다. 지금부터 하려는 말은 조심스럽게 잘 이해해야 한다.


처음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할 때 내가 사는 마을에, 그 마을이라는 것이 충청북도 옥천의 작은 시골로 가구수가 채 열개가 넘지 않는 곳이었다, 영어라는 것을 할 줄 아는 사람, 아니 영어 사전이나 문법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래서 나는 무작정 어떻게 우리 집에 굴러들어 온지 모를 커다란 옥스퍼드 영어사전 끝에 붙어 있던 영문법이라는 것을 읽어가며 공부를 시작했고 나중에는 '안현필의 영어실력 기초'라는 책을 외웠다.

이 책은 단순하다. '무조건 암기하라! 결코 포기하지 마라! 그러면 언젠가는 된다!'


나는 저자 안 선생님의 '잔소리'를 무식하게 따라한, 그분은 돌아가실 때까지 모르셨겠지만, 스스로 그분의 수제자라고 자부할 만큼 고집스럽게 포기하지 않고 암기하고 또 암기했다.

그런데 이제 나이 50이 되어 갑자기 그 짝사랑 같은 공부가 더 이상 하기 싫어졌다.


왜 나만 이렇게 공부해야 하는데?

네가 해라 영어공부!


누군가 '어, 너 지금 이제 와서 포기하려는 거야?'라고 물어볼 것 같다.

아니다.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이제야 뭔가를 제대로 깨닫고 억울한 맘이 들어서 그런다.  


나는 남들이 보기에, 이 표현에도 상당히 주관적인 판단이 포함되지만, 영어를 제법 한다. 아니 어쩌면 평균적인 내 나이의 '어른'들 보다 아주 잘한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도 아직도 영어가 힘든 순간이 종종 다가온다.

지금 일하는 회사는 미국, 영국, 호주, 남아공 등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네이티브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 직원들도 그 외의 국가에서 왔지만 대부분 훌륭한 영어를 구사한다.


문제는 절반의 비 영어권 논 네이티브 잉글리시 스피커들 간에 대화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이들의 영어는 표준 국제 영어라 감히 여기서 내가 주관적으로 칭하는 '미국 영어'에 가깝고 상대방이 이해하기 편하게 잘 다듬어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영어 네이티브들'이다. 이중에서도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무지 외국인들과 국제어인 영어로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아직 모르거나 또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 영어를 알아듣던 말든 신경 안 쓰는 오만한 경우가 해당된다.


종종 네이티브들 간의 대화, 특히 영국 같은 나라 출신들이 나누는 잡담에서 나 같은 비영어권 사람들은 종종 꿔다 둔 보리자루 같은 신세가 된다. 그나마 유럽의 비영어권 출신들의 조건은 나 같은 아시아인보다는 낫다. 왜냐하면 문화적으로 유사성을 가진 이들은 대화의 주제에 보다 친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그들이 관심 있어하는 주제에 어떤 경우는 숟가락 한번 얹어볼 지식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

제일 난처한 건 여기에 한술 더 떠, 밑도 끝도 없는 농담을 건네는 녀석들이다.

내가 당신들한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라고 하면 알아듣겠나?



이제야 알겠다.


이제 영어 공부를 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다. 30년이면 할 만큼 했다. 네이티브 너희들이 영어 공부해라!  호주 , 남아공, 영국, 미국 등 자기 출신지역의 영어를 구사하 당신들을 바꿔 만나면서  그때마다 영어가 갑자기(?) 들리지 않는다고 스스로 자책하고 좌절했던 시간이 억울해서 그런다.  많은 슬럼프를 겪으며서도 포기 않고 이만큼 끌고  내가  독하다.


이제 너희들이 제대로 영어를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천천히 표준 국제 영어에 부합하게 또박또박해라. 특히 스카티쉬, 내가 보기에 너희들 영어는 영어가 아니다. 제발 영어 공부해라!


난 안 하련다. 이제 하다 하다 스카티쉬 잉글리시 리스닝 공부까지 하라고?

네가 해라! 영어 공부!

난 이쯤에서 영어 사투리 때문에 스트레스받기를 그만두련다. 이건 대책도 없고 죽을 때까지 결국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영어 공부하기 위해 초빙하는 영어 원어민 선생님 이제는 네이티브 불러들이지 말자. 브라질이나 프랑스, 네덜란드 등 비영어권의 선생님들이 내가 보기엔 영어를 훨씬 잘 가르치고 발음도 좋다.


다시 한번 말한다. '네가 해라. 영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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