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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Feb 15. 2020

난 내일 우울할 것이다.

행복총량 불변의 법칙

여기 두 가지 감정의 상태가 있다. 이유 없는 행복감과 우울함.

난 어제 차를 몰고 두바이 AL AIN로드를 달리고 있었다. 두바이의 외곽에 사는 나의 눈 앞에 그때 멀리 도심의 빌딩들이 마치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때마침 눈에 띄게 맑은 시정과 차가운 사막의 바람 속에서 그 순간 뜬금없는 ‘행복감’이 가슴속에 ‘출렁’ 거렸다.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꽉 막힌 도로에서 갑자기 느끼는 행복감에 난 당황했다.


‘뭐지 이 감정의 기복은?’ 영어에서 말하는 Bipolar증상이 살짝 생긴 걸까?’


그리고 문득 내 속의 무엇인가가가 이 말을 중얼거렸다.

‘난 내일 우울하고 불안할 거야!’


오늘 이유 없이 행복감을 맛보았으니 당연히 내일은 오늘 느낀 행복감은 결코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한번 느낀 행복감은 옅어지고 익숙해지며 일상이 된다. 다시 오려면 ‘고통스럽고 불만족스러우며 불편한 감정의 시간’을 다시 거쳐야 한다.


‘행복감 총량 불변의 법칙’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이렇다. 영속되는 행복이라는 것도 없고 끝이 없이 이어지는 고통이나 우울함도 없다.


행군을 나가 본 적 있는 군인들은 잘 알 것이다. 어깨를 부수어 버릴 듯 짓 누르는 군장의 무게와 온통 물집이 잡혀 한발 한발 걸음을 옮길게 마다 전해지는 살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 군인들은 소망한다.


‘제발 단 1분만이라도 아니 단 한 걸음만이라도 멈추어 설 수 있다면 나는 이 순간 그 뭐라도 하겠다. 자리에 앉아 휴식도 필요 없다. 단 한 발자국만 내딛지 않게 해 주십시오  하나님!’


그리고 어느덧 휴식을 취하려 길 위에 털썩 주저앉아 군장과 나의 몸무게를 발바닥에서 덜어 냈을 때 순간순간 밀려오는 극한의 행복감은 뭐라 표현할 길이 없다. 움직이지 않아서 느끼는 극한의 유포리아!

하지만 이내 다시 일어나 행군을 시작하는 순간 첫발을 내 디딜 때 느끼는 고통은 최상위 등급이 된다. 꺼이꺼이 소리 내어 올고플 정도가 아니었던가?


마약을 생각해보면 더욱 간단히 이해가 된다. 극한의 행복감을 이유 없이 맛보았기에 약효가 사라진 상태에서 느끼는 그 반대되는 딱 그만큼의 극한의 결핍과 불안. 숨 쉴 수 조차 없는 고통이 숨통을 조이게 된 나머지 중독자는 다시 마약을 찾으며 울부짖는다.


당신은 내일 우울할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날 다시 행복할 것이다!



수백수천억의 자산가가 요트와 비행기 일등석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부러워 말자. 그의 행복총량과 우리 이코노미 승객들의 행복 총량은 다르지 않다. 신께서 이미 동일하게 ‘정량’하셨다. 부러워하는 마음이 또 다른 고통을 부를 뿐이다. 부자들이 주입하려는 ‘난 너희들보다 부자라 더 행복해!’라는 거짓말에 속지만 않으면 된다.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는 이 오래된 문명의 거짓말을 부자들 대신 증명하려 나의 ‘행복해야 할 순간’을 낭비하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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