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젯밤 나의 하얀 고래의 등에 올라 타 어둑한 밤하늘 속으로 날아올랐다.
만약 승객 중 누군가 그 순간 눈을 감고 있었다면 우리가 하늘을 날고 있다는 걸 한참이 지나고서야 알아챌 만큼 조용히 깃털처럼 사막을 떠났다.
뭉툭한 장화 같은 아라비아 반도의 코 끝을 한가득 창밖에 펼쳐 두고는 나는 고도를 조금씩 올려 밤하늘 속으로 천천히 잠겨 들었다.
저 아래 어딘가 아라비안 나이트의 신밧드가 처음 항해를 나섰다는 항구 ‘소하르’ 가 있었을 것이다.
페르시안 양탄자 위에
램프의 요정 지니와 나란히 앉아 하늘을 나는 신밧드가 살던 이곳에서
지난 밤
나는 어두운 밤 하늘에 두 줄 하얀 비행운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