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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Feb 17. 2020

Good Morning Captain

항공성 치매



"Good morning Captain. This is your wakeup call."


꿈결 속에서 한참을 헤매다  현실로 돌아오기 몇 분 전 스스로에게 물었다.

'도대체 내가 누구고 여긴 어디일까?'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치 치매를 겪는 노인의 감정처럼 그 순간 두려움에 조바심마저 느껴졌다.


나의 두뇌는 의식은 있되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컴퓨터로 치면 메모리와 CPU가 연결되지 않 버그가 발생한 상태와 같다.

잠시 후 걸려온 Wake Up Call에 놀라 눈을 뜨곤  주위를 둘러보니 그제서야 전날 체크인 한 마닐라 메리엇 호텔 침대 위였다. 


그제야 기억이 났다. 이 모든 것이.


늘 이런 식이다.


한 달에 절반은 집이 아닌 호텔에서 눈을 뜬다. 취항하는 도시가 100여 개에 이르니 어디에서 잠결에 이번처럼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른다고 해도 놀랄 일아니다.

나는 국제선 기장이다.

한 달이면 5번 정도 유럽과 북미, 남미는 물론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까지 날아간다.

바뀌는 잠자리를 핑계로 오늘처럼 잠결에 잠시 길을 잃어도 이해할 수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참이다.


우리끼리는 이런 증상을 '항공성 치매'라고 에둘러 부르며 서로를 위로한다.


"어디서 오는 길이야? 오늘 돌아온 콜싸인이 뭐였어?"


사정을 아는 동료들은 공항에서 만나도  이런 질문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서로 항공성 치매환자란  확인시켜줄 필요는 없다는  일치감치 스스로 '자가 임상'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파트에서 혹시 아는 조종사라도 만나거든 부디,


"어디에서 오시는 길이세요?"라고 묻지는 말자.


그분 이미 십중팔구 환자일 가능성이  크다.


혹시 잘 아는 사이면 손바닥을 좀 보여 달라고 해재미있을 것 같다. 분명 나처럼 뭔가 잔뜩 써 두었을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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