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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Mar 03. 2020

내 인생 최고의 와플

언젠가 워싱턴 호텔에서 조식 뷔페를 먹으러 내려갔을 때 일이다.

늘 비슷비슷한 브렉퍼스트 메뉴인 오믈렛이며 버섯볶음, 삶은 콩, 베이컨과 소시지...

영혼 없이 접시에 음식을 깨작거리듯 담고 지나가는 나에게 와플을 굽던 백인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우리 와플 안 먹으면 후회할 거야~” 

한쪽 눈까지 반쯤 흘려 뜨고는 웃으며 구어 놓은 연한 갈색빛이 도는 도톰한 와플을 가리킨다.

“정말요? 그렇게 맛있어요?”

평소 설탕물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메이플 시럽을 잔뜩 뿌린 ‘탄수화물 덩어리’라고 피하던 음식인데 
그걸 모를 리 없는 엄마같이 푸근한 인상의 식당 아주머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먹어봐야 한다고 잡아 세운 것이다. 

마지못해서는

“그럼 하프(반개)만 주세요.”

이 말을 듣자 바로 그녀는 

“오, 노노노노, 나를 믿고 한 개 다 가져가요.”

그리곤 제법 큰 와플 한 개를 접시에 담아 얼른 건넨다. 

그날 나는 내 생에 최고의 와플을 만났다. 마법이 걸린 음식처럼 나를 한순간에 어린아이처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잠시 후 권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다 어주머니와 이야기가 이어졌다.

자신은 아이 둘이 모두 잘 커서 대학을 졸업해 이젠 직장에 다니고 있다며 요즘은 와플을 맛있게 먹어주는 손님을 보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란다.

이 아침 

그저 심드렁하게 한 끼 때우러 식당을 찾았을 사람들을 붙잡아 세우고는 잔뜩 눈까지 흘겨가며,

“이 와플 안 먹고 그냥 가면 정말 큰 실수하는 거야~”라고 협박하는 또 다른 아주머니를 이곳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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