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 제이 Mar 05. 2020

기장, 갈등의 중재자

갈등해결의 중재자로서 기장의 역할

케이프타운을 출발하기 10 전에 로드 쉬트(Load Sheet:항공기의 승객과 무게를 기록한 서류)  점검하려는  누군가 조종실로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사무장 케서린이었다. 그녀가 기장인 나의 조종석 의자 뒤에 바싹 다가와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그녀를 향해 돌아앉았다.

먼저 무슨 일인지 물으려는데 그녀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과 눈에는 화가 가득했다.

이건 분명 지상직원이나 승객과의 문제라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비즈니스 승객과 지상직원이 관련된 문제가 있어요. 지금 같이 해결하려 노력 중이라는  먼저 알려드리려 왔어요. "

"~ . 그래요.  출발이 지연될 수도 있겠네요. 진행상황을 알려주세요."

일단 여기까지 말을 하곤 서둘러 그녀를 다시 돌려 보냈다. 자세한 상황을 붙잡고 듣는 것보다는 그녀를 일단 캐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일의 진행이 빠르다는 경험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그리고  5분이  지나지 않아, 조종실로 오늘 처음 보는 케이프타운의 지점 직원과 그를 따라 사무장 케서린이 바싹 뒤에 따라 들어왔다.

다부진 체격의 남아공 백인인 지점 직원이 빠르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장님. 비즈니스 승객이 플래티눔 멤버이십니다. 이분이 퍼스트로 업그레이드를 요구하시는데요. 이분보다 등급이 앞서는 분을 이미 시켜드렸기 때문에 규정상  드릴수가 없어요. 이분은 처음에 이문제로 항의를 하시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내리시겠다고 소란을 피웠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설명을 드리자 우리 입장을 이해하셨고 지금은 많이 차분해지셨습니다. 비행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진정되셨어요."

여기까지 얘기를 듣고 바로 옆의 사무장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얼굴이 아직도 못마땅한 표정으로 벌겋게 상기돼 있고 숨소리마저 거칠다.  여전히 화를 누르고 있었다.

"사무장님은 아직 확신이  드시는  같네요. 케서린 어떻게 생각해요?"

그녀가 감정을 억지로 누르듯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 승객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들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요. 이건 객실 문제가 아니라 지점의 일인데요.  이분이 진정이 되었는지 의심스러워요."

 말을 마친 그녀의 눈빛이 순간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케서린, 지금 많이 흥분했어요. 이해해요. 나라도 그런 기분이  겁니다. 영문도 모른  욕을 먹으면요. 케서린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분 오늘 우리와 같이 비행할  없어요.

대신, 케서린,  지금 많이 흥분했어요. 내가 하는   들으세요. 지금 비즈니스의  승객분이 진정이  상태인지 그리고 비행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대신 판단할 승무원  명을 찾으세요. 승무원을 보내서 승객의 감정상태를 점검하게 하세요. 사무장이 절대 직접 가서 판단하려 하지 말고요. 이해하셨죠? 그리고 제게 최종 결정을 알려주세요. 저는 사무장의 결정을 따를 겁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지점 직원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는지를 살폈다. 다행히 그도 기장인 나를 응시한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여기까지 얘기하면서 나는 혹시나 사무장이 조언을 따르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면서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그런데 그녀가 바로

"그럴게요. 다른 크루를 보내 점검하고 다시 올게요." 하면서 바로 순순히 물러나 객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시  그녀가 조종실로 돌아와 나를 불렀다.

"캡틴!"

그녀가 웃고 있었다.  전까지 발갛게 상기된 기운은 온데 건데 없다.

" 승객분 괜찮아요. 그냥 가도 되겠어요. 도어 크로스 할게요."

이렇게    기장 승격 인터뷰의 단골 시나리오인 "갈등해결의 중재자로서 기장의 역할" 이번엔 비교적 수월하게 마치고 푸시 백을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내 인생 최고의 와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